느닷없이 용문에 살아야 되는 이유가 생겨 갑자기 연세가 있으신 홀어머니와 헤어져서 살게 된 지 어느새 7년이 되었다. 혼자 사시는 어머니가 사시는 동안만이라도 가능한 한 함께 알콩달콩 살아가고 싶었는데.... 며느리가 딸 하나를 두고 하늘나라로 떠나버려 내 계획과는 상관없이 손녀랑 함께 지내게 된 것이다. 

며느리가 폐암이었던 관계로 아들네는 완전 산골짜기 깊숙이 들어와 살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6살이던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느라 계곡을 내려와서 데려다 주고 다시 저녁에는 데리고 올라가야만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암담했던 시간들이었다. 그런데 이제 손녀는 6학년이 되었다. 지금까지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다. 젊은 엄마들을 친구(?)로 사귀면서 조금씩 비밀도 터놓고 가끔은 점심도 같이 먹으며 카페에 가서 수다도 떨곤 한다. 아빠 사업 얘기들도 하고 누구네는 이번에 서울로 이사를 간다는 둥 사업이 망해서 어디론가로 가버렸다는 둥 사람 사는 동네에서 항상 돌아다니는 얘깃거리들 속에서 자연스럽게 잘 지내고 있다. 내가 나이는 먹었지만 대화내용은 거의 같은 엄마이기에 잘 어울릴 수가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먼저 살아 온 경험이 있어서 젊은 엄마들과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면 어떤 일에도 잘 맞춰갈 수 있는 여유가 있어 그런 거 같기도 하다.

그러면서 어느 날 한 엄마가 학교 근처에 족발집을 낼 계획이라는 얘길 꺼냈다. 이모가 의정부에서 유명한 족발집을 하는데 아주 장사가 잘 된다며 거기서 열심히 배워서 할 거라고 했다. 그런 와중에 코로나가 세상을 바꿔버려 그만 몇 년 동안을 서로 못 만난 채 몇 년이 흘러 잊고 있었는데, 얼마 전 학교 근처에 족발집 간판이 걸려 있는 게 보였다. 혹시나? 하며 들렀더니 역시나 였다. 오랜만에 인사를 나누고 2인 분을 사 가지고 집에 왔는데 아들 내외가 영 맛이 없다면서 다신 사오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래도 마음은 늘 잘 되어야 하는데 하며 신경이 쓰였다. 어느 엄마한테서 누구누구네 족발집이 배달로 떴다는 얘기를 듣고는, 반가운 마음에 이번 어린이날 식구가 다 모였을 때 또 사왔더니 너무 맛있어졌다며 다들 좋아했다.

정성스럽게 포장을 하는 동안 손님이 한 명도 없는 조용한 실내를 살펴보고 있었다. 어머, 저건 무슨 표시일까? 가만히 보니 화장실 들어가는 입구 같았다. 얌전하고 조용한 엄마의 센스 같았다. 또 눈에 띄는 게 있었다. '넌 족발 먹을 때가 제일 예쁘다' 혼자 키득거리며 가끔 엉뚱한 새침을 부려오던 엄마의 마음이 엿보여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젊은 부부가 열심히 일하는 메뉴가 족발이지만 산뜻함과 신선한 기운이 들게 하는 재치있는 문구에 박수를 보냈다. 내가 보기엔 아마도 간판만 보고 술꾼들이 들어오다가 실내가 맘에 안들어 슬며시 다 나가버릴 것 같다. 조금은 새침데기였었는데 돈이 벌려서일까? 상냥하고 얘기도 잘하는 붙임성 있는 가게 여주인이 되어 있었다. 조용하고 한적한 뒷골목에 있는 족발집, 부디 장사가 잘 되어 돈도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시니어 타임스(Senior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키워드

Tags #족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