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네 가족 4명이 한 자리에 똘똘 모여 있다. 아빠 콧등에 빨갛게 곪은 뾰루지를 잘 처리해야 할 때가 되었다면서 저녁 먹은 후 며느리가 자리를 잡자 모두들 아빠 코에 눈들이 관심 집중이다. 딸은 엄마가 만지고 있는 아빠 콧등에 한 몫을 하고 막내는 아빠 무릎에 앉아 엄마의 치료를 받고 있는 것에 관심을 보였다. 저도 가족에 포함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보기 좋은 그림이라 생각되어 찰칵! 사진으로 남겼다. 이렇게 밥을 먹은 뒤에 가족이 함께 모여 한마음으로 아빠에 대한 걱정으로 열심을 보여 주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다. 두 애가 따로 살고 있지만 만나면 스스럼없이 즐겁고 반가움으로 서로를 아끼는 모습이 정말 사랑스럽다.

누나는 이제 6학년이 되어 큰 누나가 되었고 동생은 이제 5살이 되었다. 말을 하니까 서로 의사소통에도 그런대로 불편이 없고, 누나로 대접도 해주고 누나 노룻도 잘 해줘서 어른들은 편해졌다. 이제는 우리끼리 대화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둘다 많이 컸다. 둘이 그림도 그리고 책도 읽어주면 듣고 놀이터에 나가 놀기도 하는 친구로는 많이 부족하지만 형제간이 뭐라고 아주 서로가 만나면 반기고 잘 논다. 눈나! 눈나! 불러대며 곁을 지키고 눈치가 3단이라 누나가 하는 일 방해도 안하고 잘 따르니 좋다. 누나도 동생을 반기고 이것저것 잘 챙겨주는 게 기특하다. 혼자 컸기에 동생을 귀찮아 할까 속으로 은근 걱정 했었는데, 둘이 뭐가 잘 맞는지 서로 엄청 좋아하는 게 눈에 보여 다행스러운 마음이다. 집에 가면 누나랑 놀았던 것들을 기억해 내며 또 가자고 한단다. 누나는 동생이 오는 날이면 용돈을 털어 동생이 가장 좋아하는 중장비 장난감 자동차를 사서 감춰 두었다가 ‘요게 뭘까?’ 하면서 동생이 환성을 지르게도 만드는 센스를 보여주기도 하고 맛있는 과자를 입에 쏙 넣어 주기도 한다. 보기 좋은 장면 연출에 어른들은 행복해진다.

동생이 있어 정말 좋단다. 친구들이 동생이나 오빠 아니면 언니가 있는 게 많이 부러웠다나? 그런데 자기에게도 이렇게 동생이 생겼고 같이 놀 수가 있어서 아주 좋단다. 그렇게 좋아하는 친구들과의 약속도 안잡고 엄마랑 아빠 그리고 동생하고 같이 손잡고 산책도 하고 집에서는 게임하면서 놀아주기도 한다. 내게 꼬마를 맡기고 오랜만에 엄마랑 아빠 셋이서 동네를 돌고 다니며 문구점이나 아이스크림집에 들러 사주는 것도 좋고 사달라고 하는 것들 사서 받는 재미도 엄청 좋다며 마음껏 즐기는 기색이다. 꼬마 녀석은 ‘우리는 나갔다가 올테니 할머니랑 같이 있어도 돼요?’ 하면 선선히 알았다며 나랑 놀고 기다리다가 잠들어 버리기 일쑤다. ‘응’ 하며 투정도 안하고 나랑 놀아주는 녀석이 참 귀엽고 사랑스럽다. 그러다 잠들면 더 더욱 예쁘다. 전화로 걱정하지 말라고 알려주면 셋이서 여유롭게 마음껏 즐기고 온다.

동생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도 사 가지고 와선 냉장고 속에 넣어 놓고 기다리다가 실컷 자고 일어나는 동생과 둘이서 그렇게 맛있게 먹을 수가 없다. 나에겐 정말 좋은 선물같은 가족이다. 나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안겨주는 우리 가족! 다소 부족한 면이 없는 건 아니지만 단란하고 아기자기한 가족으로, 아름답고 소중한 관계로는 충분하다는 생각에 행복해지곤 한다. 두 어린 것들의 재롱 그리고 그걸로 이어지는 소소한 일상과 흐뭇함은 참으로 귀한 것이다. 같은 자리에 앉아 같이 먹는 입들이 식구라고 예전에 한문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셨다. '식구' '가족'은 정말 소중하고 정성이 담긴 음식을 둥글게 앉아 오순도순 웃으며 먹는 즐거움은 진정한 행복이다. 이런 소소한 행복이 정말 좋다. 가족! 나에게는 가장 자연스럽고도 귀한 말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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