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양동에 가면 송어횟집이 있고 이 집에선 밑반찬으로 번데기가 나온다. 추억의 맛이라 항상 더 달라고 해서 먹는다. 국민학교 때부터인가 그 이전부터인가 잘 모르겠는데 학교 앞이나 동네 어귀에 번데기를 파는 사람이 있었다. 지나갈 때마다 100원 혹은 200원에 신문지를 돌돌 삼각형으로 말아 그 속에 담아줬던 기억이 있다. 이쑤시개도 줬는데 안 줄 때가 더 많아 봉지에 담긴 걸 그냥 입으로 털어 넣을 때가 많았다. 먹거리가 흔치 않았던 때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그 맛을 못잊어 송어회를 먹을 때마다 몇 번 더 달래서 먹는다. 송어는 뒷전이다. 

이걸 본 동생이 경동시장에서 번데기를 사와서 볶았다. 고맙긴 하지만 조금 짭짤해서 맨입으로는 많이 먹을 수가 없었다. 마침 밭에 상추가 무성해서 쌈으로 저녁을 먹으려고 상추를 솎아오니 남편이 번데기를 팬에 데워서 먹고 있다. 며칠 동안 고기를 먹었기에 오늘은 그냥 된장에 상추쌈으로 간단히 먹기로 했다. 먹다 보니 상추쌈에 고기 대신 번데기를 올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싸서 먹어 봤다. 으음, 생각 외로 괜찮았다. 번데기 짠맛도 덜어지고.....상에 올린 반찬들도 올려서 된장만 발라 쌈을 싸먹으니 의외로 속이 가볍고 좋다. 밥 한 그릇이 뚝딱이다.

상추에 방풍잎 한 장, 당귀 한 잎, 오크도 한 잎 올려서 따뜻한 흰밥에 된장을 살짝 바르고 번데기 몇 개 더 올려 싸서 먹으니 입안에서 모든 재료가 즐겁게 춤을 춘다. 마지막 밥 한 수저 남았을 때는 더 먹을 수가 없어서 아쉬움도 살짝 들었다. 덕분에 남편도 나도 신경지를 발견했다. 이후에 다시 번데기로 쌈을 싸먹을 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거부될 맛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식량난 해결을 위해 미래의 먹거리로 곤충을 식용으로 키워 먹는다는 뉴스를 본 적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번데기가 있음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요즘 누에 키우는 곳을 잘 볼 수가 없다. 번데기 장사도 그래서 없어졌나 보다. 추억을 찾는 사람이 있는지 캔으로 나온 것은 봤다. 2~30년 전만 해도 시골에 가면 누에를 볼 수 있었는데 그래서인가 뽕나무도 귀해졌다. 뽕나무 순은 나물로 무쳐서 먹어도 맛있다. 뽕나무 순이 아직 남아 있는지 내일 뒤꼍으로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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