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항아리

꽃집에서 주민들을 위해 꽃 항아리를 장식해 놓았다. 크고 작은 항아리를 크기 별로 나란히 정열해 놓은 것이 이채롭다. 꽃 화분을 한아름씩 머리에 이고 있는 배불뚝이 항아리들의 모습이 재미있다. 초등학교 시절 장난꾸러기 아이들이 복도에 나란히 손들고 벌서던 모습 같다. 꽃 항아리를 산책길에 선물한 주인의 마음이 고맙다. 성내천 산책길이 훨씬 더 풍성해서다.

▶꽃길만 걷자

▶백로

성내천에 가면 백로를 만날 수 있다. 백로는 늘 혼자서 먹이를 찾고 혼자서 하루를 보낸다. 거의 날지를 않는다. 날개가 퇴화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어떤 때는 다리 밑 물이 흘러내리는 작은 보 한 곳에 몇 시간을 꼼짝하지 않고 서 있다. 그러다 물고기가 보를 타고 오르면 순식간에 먹이를 쪼아 먹는 것이다. 물살의 흐름을 지켜보는 그 모습이 몰입의 경지에 푹 빠져있는 듯하다. 이상한 것은 잠잘 때다. 주로 한 발로 서서 죽은 듯이 잠을 잔다. 묘한 기술을 가졌다. 차가운 물에 한 발을 담그고 잘도 버텨낸다.

▶징검다리

큰 다리가 놓여 있지 않은 곳에서 천을 건너려면 징검다리가 유일한 통로다. 소설가 황순원작가는 작품 소나기에서 징검다리에서의 소년과 소녀의 심리묘사를 기가 막히게 엮어 놓았다. 사춘기 소녀와 소년이 벌이는 짜릿한 감정이 가슴 아리게 녹아있다. 지병으로 소녀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두 사람이 느꼈던 사랑의 시초가 이 징검다리 위에서 시작되었다. 송아지를 타고 놀 정도의 겁없는 사내아이다. 그런 그가 물장난치는 소녀 앞에서 비켜달라는 말도 못하고 머뭇거리는 모습이 미소를 짓게 한다. 징검다리를 보면 내 어린 시절 추억도 그래서 살아나는 듯하다.

▶잉어떼

물이 있는 곳에는 어느 곳이나 잉어가 많다. 하지만 북한에서 내려온 탈북민의 이야기는 흘려보내기 쉽지 않다. 6.25전쟁이 끝나고 남북이 삼팔선을 중심으로 갈라졌을 때, 남북한은 똑같이 잿더미 위에서 출발했다. 73년이 지난 2023년 상황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북한은 아직도 굶어 죽는 사람이 있다는 증언이 나온다. 반면 남한은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탈북민의 한마디가 그걸 실감나게 증언한다. "남한에 와 보니 양어장은 없는데 고기가 많고, 북한은 양어장은 많은데 고기가 없다" 북한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서 인민들의 영양 보충을 위해 양어장을 장려했다고 한다. 그러나 굶주린 인민들이 다 잡아먹고 양어장엔 고기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먹거리가 풍부한 한국에서는 내천에 잉어떼가 즐비해도 그걸 잡아먹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다. 남북한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아주 적나라한 표현이다. 성내천 잉어들은 잡혀 먹힐 걱정없이 오늘도 유유히 헤엄쳐 다닌다. 산책 나온 주민들은 먹이를 던져주며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수양버들 늘어진 성내천

옛날 시골 살 때도 물이 흐르는 개울가에는 늘 수양버들이 있었다. 그래서 수양버들을 보면 시원한 고향 생각이 난다. 플라타너스처럼 그늘을 제공하지는 않지만시원한 물가에 꼭 있어야 할 식구라서 그런가 보다. 성내천에도 여기저기 수양버들이 있다. 사철 물이 풍부한 탓에 천에는 잉어를 비롯한 물고기들과 오리떼를 만날 수 있다. 이제 푸른 싹을 키우고 있는 갈대는 쑥쑥 자라 새끼 오리들의 은신처가 될 것이다. 성내천에 어느 것 하나라도 빠지면 섭섭하다. 그들이 있어 성내천에 나오면 언제나 힐링이 되고 정겹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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