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세계대전 중에 탐험가 어니스트 새클턴이 영국인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우기 위해 남극대륙 횡단을 시도했던 탐험선 이름은 Endurance호 였다. 극지 탐험은 용기나 기술, 지혜, 경험 등 탐험에 필요한 그 무엇보다도 추위와 고통, 위험하고 절망적인 환경을 잘 견디어 내어야 함을 배 이름에서 부터 잘 표현해낸 것으로 생각된다.

그의 배 인듀어런스호는 남극지점에 도달하기도 전에 유빙에 갇히고 얼어버려 탐험이 실패했지만 내가 이 불후의 탐험가 어니스트 새클턴에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배는 유빙간의 충돌로 인한 판 압력에 의하여 파쇄되고 바다에 가라앉고 만다. 그러나 새클턴은 100% 무원고립의 상태에서 영하 60도를 오르내리는 남극바다에서 650여 일을 사투하여 선원 전원과 함께 생환한다. 이 기적 중의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동인이 무엇일까? 흔히 말하듯 그의 탁월한 리더십 덕분일까? 결론은 같을 지 몰라도 내가 강조해서 보고 싶은 부분은 다르다.

위에 올린 선원모집 광고문 사진의 문장을 한번 들여다 보자. 그는 영어를 참 잘하나 보다. 실력있는 사람은 쉬운 문장을 사용한다는데 보통의 한국사람도 읽어낼 수 있는 단순한 문장으로 되어있다. 읽을 때 주목해야 할 일이 있다. 그가 모집하는 선원에는 항해사, 기관사, 지리학자, 언론인, 의사, 생물학자, 사진사, 목수 등 많은 특수직이 있는데 그런 표현은 하나도 없다. 특이한 이 짧은 광고문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전문분야 실력이 좋은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고 목숨을 건 위험을 감내하고 생환했을 때의 명예를 가지겠다는 모험가를 모집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사람을 뽑을 때의 에피소드가 기록으로 남아있다. 단 한사람도 전공분야의 실력을 구체적으로 점검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 면접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얼마나 긍정적인가? 목표 달성을 위하여 얼마나 인내심을 가질 수 있는가? 긍정적인데 추가하여 얼마나 더 낙천적이고 쾌활한가? 그의 이러한 모습이 동료들에게 밝은 분위기를 더욱 고양시켜 팀의 인내력 향상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는가? 이런 것들을 점검한 이후에 체력 점검을 하고 전공분야에 관한 의견을 들었다고 한다. 사례로 남아있는 기록에는 생물학자를 면접하는데 갑자기 노래를 불러보게 하여 그가 선택한 노래로 성격을 점검하기도 했단다.

인듀어런스호가 좌초된 후에 그 긴 650여 일 간의 항해가 배도 없이 자주 쪼개어 나가는 빙하 위에서 계속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인 요인은 대원들 모두가 긍정적이고 낙천적이어서 0.01%의 가능성에도 용기와 합심으로 힘을 보탠 결과이자 기적이었다. 이 기적을 결정적인 순간마다 이끌어낸 새클턴의 위대한 리더십도 탁월했지만 나는 이 긍정적 낙천주의자들에 주목하는 것이다.

우리 한국사회가 성숙사회도 되기 전에 경제 침체가 계속되고 피로사회 고령화사회가 되어 모두가 힘들다고 한다. 희망을 잃고 위대한 지도자, 리더가 나타나 끌어 주기를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나는 오늘 다른 주장을 하고 싶어 새클턴에 주목한다. 힘드는가? 시니어로 앞으로 30년은 더 지내야 한다는데 뾰족한 비전도 보이지 않는가? 견뎌낼 자신이 없는가? 그렇다면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낙천주의자 긍정주의자와 팀웍을 함께 하라. 그들이야 말로 내가 고난과 어려움의 시간을 아무리 길게 느끼어도 엔돌핀을 계속해서 선물해 줄 귀한 친구임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 가능하면 내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어야 하겠다.

오늘은 이 긍정적 마인드, 낙천주의를 나 스스로에게 주문하는 날이다. 위대한 새클턴 리더십의 색다른 측면을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은, 현대그룹에서 전무를 지낸 동갑내기 친구, 조성용 교수에게 존경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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