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은 부침개가 제격이다. 남편을 출근시키고 돌아와 떨어지는 빗물을 세고 있으려니 몸 어딘가에서 스멀스멀 욕구가 올라온다. 부침개 생각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고인다. 무거운 몸을 가비얍게 일으켜 세워 가위를 들고 텃밭으로 나갔다.

첫 부추는 사위도 안준다기에 아끼고 아꼈더니 무성해진 부추들이 비 맞은 후 생생해져 나를 반긴다. 두 줌 정도를 자르고 한 달 전에 심은 파도 대충 뽑았다. 부추와 실파를 다듬는데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조금 있으면 부침개를 먹을 수 있다네. 헤이 헤이"

가물면 상추가 뻣뻣하고 쓴맛이 나는데, 어제 오늘 비로 충분한 물을 먹었을 테니 조금은 부드러워졌겠지. 기다려라! 넌 삼겹살 구울 때 쓸 거란다.

맛있게 먹을 생각으로 다듬는데 하나도 힘이 안 든다. 

쏭당쏭당 썰어 넣고 냉장고에서 잠자던 오징어도 소환하고 더 넣을 것 없나 찾다 보니 고추랑 당근이 있기에 그것도 끌어와서 함께 넣었다. 색감이 좋다 못해 황홀하다.

우리 집 닭이 낳은 계란 중 가장 큰 것을 골라 깨트렸더니 오매! 쌍란이다. 덕분에 계란 두 개를 넣은 셈이니 맛이 한층 더 있겠다.

밀가루는 아주 적게 넣어서 버물버물 재료에 묻히듯이 버무린다.

뒤집기 신공을 발휘하여 모양이 흩어지지 않게 촤악~~드디어 잘 만들어진 부침개 완성! 아침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게 또 먹히네. 으음, 마시쪄 마시쪄.

막걸리에 부침개면 딱인데 막걸리 사러 가기에는 좀 그래서 그냥 전만 먹는다. 얼마 전 아는 분이 음주 운전해서 면허증 반납했다는 소릴 들은 것도 있고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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