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를 위한 토요편지 903호

캡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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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고 꽃이 피고 지면 세상이 바뀌고 우리의 삶도 바뀐다. 그 봄(春)의 문(門)을 제비가 열었다는 것, 가히 혁명적인 챗GPT는 알고 있을까 궁금하다. 과지(過知), 그러니까 지난 후에야 느낄 수 있고 알아차릴 수가 있다. 짧은 봄이라서 그렇다. 봄의 입장에서는 몹시 억울한 이야기다.

꽃 피는 봄이 오면

내 곁으로 온다고 말했지

노래하는 제비처럼 .....

(中略)

당신은 제비처럼

반짝이는 날개를 가졌나

다시 오지 않는 님이여

봄을 유혹(誘惑)하는 꽃(花)들의 수작(酬酌)을 잘 알고 있는 제비는 그저 침묵할 뿐이다. 이맘때면 지지배배 지지배배 순서없이 짹짹거리는 새끼들의 앳된 주둥이에 먹이 넣어주었던 드라마 그 ‘먹방’의 주인공인 날렵하고 물찬 제비들이 2008년부터 15년째 서울에서 관측(觀測)되지 않는다고 한다.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자초(自初)의 지종(至終)과 영문을 모르는 필자(筆者)는 답답하고 우울하다. 관습적으로 등장하던 '봄이 오면 돌아오던 강남 제비'라는 귀거래사(歸去來辭)의 각인(刻印), 그 은유(隱喩)의 표현은 전설이 되었다는 말인가. 흥부가 기가 막힐 일이다. 이쯤 되면 제비 개체 수 감소가 생태계와 관련되는 일이라 우려(憂慮)스럽기는 하지만 지난 달 4월 22일은 지구(地球)의 날이었다. 이 地球를 복원(復元)하여 그리운 제비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확신할 수가 없다. 이 또한 지나가봐야 안다는 말인가. 그동안 강남 갔던 제비가 우리를 찾아 왔지만 이제는 우리가 알 수 없는 강남(?)으로 제비를 찾아 나설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는 제비 찾기가 보물찾기다.

​논어(論語)에 ‘제비장‘이라는 보물이 위정(爲政)편 17장에 있다. “자왈(子曰) 공자가 말했다. 유! 회여지지호(由 誨女知之乎) 자로야! 너에게 아는 것에 대하여 깨우쳐 주겠다. 지지위지지 부지위부지(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아는 것은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 시지야(是知也) 이것이 진짜 아는 것이다.“ 위의 짧은 문장 안에 ‘지‘가 무려 7번씩이나 반복된다. ‘지지위지지 부지위부지 시지야’ 빨리 읽기가 쉽지 않다. 아무 생각 없이 들으면 ‘지지지지지지지‘라는 소리만 지저귀는 새들의 암호(暗號)처럼 들린다. 제비가 내는 소리에 가깝다. 그래서 이 구절을 ‘제비장‘이라 불린다. "아는 것은 안다고 하고(知之爲知之),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不知爲知之)이 진짜 아는 것“이라 했다. 이를 관통(貫通)하는 소크라테스의 사자후(獅子吼)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이 귓전을 때린다.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히 아는 것이 차원이 다른 진정한 앎이다. 공자(孔子)와 소크라테스도 메타인지를 강조한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안다는 착각으로 무지(無知)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멀리 찾을 것도 없다. 筆者 자신의 이야기다. 아는 것과 아는 척 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히 아는 것이 세상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삶이 아니겠는가?

​孔子께서도 존경했던 노자(老子)는 도덕경에서 “깊이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아는 척도 하지 않으며 오히려 모르는 자들이 말이 더 많은 법"이라고 일갈(一喝)했다. 자신이 배우고 깨달은 것이 아닌 저잣거리에서 주워들은 풍월(風月)을 바탕으로 사사건건(事事件件), 시시콜콜하게 떠드는 말 많은 사람들이 있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디까지 들어야하는지 영향가 없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언필칭(言必稱), 얄팍하고 알량한 지식으로는 가타부타 시시비비(是是非非) 아는 척 말하지 말자, 말이 많은 무식한 자의 교만을 사방천지(四方天地)에서 피고 지는 꽃들에게 들킨다. 사람이 아니라 꽃들에게도 부끄러울 줄 알아야 한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천금같은 시간을 낭비하는 筆者에게 하는 말이다.

​질문(質問)이 답이 되는 순간도 있다. 앞 다투어 피는 봄꽃들을 잠시 보았다고 색(色)이나 향기(香氣), 모양(模樣)이나 크기를 말하기 전에, 孔子나 老子도 알 수 없는 봄을 노래하는 제비의 일편단심(一片丹心) 그 質問이 먼저다. 인간의 질문에 응답하며 세상을 뒤흔들고 있는 폭발적인 시대의 아이콘 챗GPT라 해도 신(神)의 영역(領域)인 시절인연(時節因緣)까지야 다 알 수는 없겠지만, 때에 따라 지체(遲滯)함 없이 봄을 물고 왔던 제비는 돌아올 것인가!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인가? 그 모든 상황이 바뀌는 반전(反轉)의 순간을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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