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 30분까지야" 잊지말라고 톡을 보내온 것을 확인하고 서둘러 준비를 한다. 친정 아버님을 뵈러가기로 한 날이다. 너무도 빨리 지나가는 4월에 놀라 달력을 보니 어느새 마지막 주일이다. 한 주가 더 있다고 생각을 하고 약속을 겹쳐 잡았다. 실수를 한 것이다. 앞으로 절대로 이날 만큼은 실수하지 않겠노라고 다짐을 한다.

주중의 강원도 길은 막힘이 없어 우리는 일찍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북이 고향이신 아버님의 뜻에 따라 3.8선이 있는 인제에 모신 후 늘 강과 산을 바라보시며 생시처럼 늘 평안하게 계신다고 믿는다. 어느새 10년이 넘어 여섯 명이 다니던 길을 다섯 명이 다녀왔다. 삶이 이런 것이다. 우리의 육신도 허물어져 가는 것이다. 이것도 공부라고 생각하련다.

봄비가 제법 차창을 세차게 두드렸지만 늘 잔잔한 물결이 이는 강인지 호수인지 알수 없는 그곳을 찾는 기쁨은 크다. 오늘도 어김없이 마중나온 물새가 높이 날아와 눈인사를 하고 멋지게 한 바퀴 돌며 건너편 숲으로 돌아간다. 여전히 나와 가족들은 커다란 목소리로 "아버지~~아버지~~"라고 부르며 손을 흔든다. 얼마나 기다린 자식들인가. 하늘과 땅 사이가 멀지 않음을, 물리적인 시간은 지극히 사소한 것임을, 기막힌 우리의 만남이 아닌가.

쏟아지는 비 때문에 우린 차 안에서 예를 갖추어 추모예배를 드린 후, 각자 돌아가며 아버님을 회고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움을 담아 아름다운 추억에 감사하는 시간, 아버님의 별명이 '진고개 신사'였다고 기억하는 언니의 말에 따라 우린 고 최희준님의 노래인 '진고개 신사'를 듣고 따라하기도 했다.

거짓말 처럼 물새는 더욱 자주 우리에게 모습을 보여주었다. 비가 들어가고 잠시 숨는 시간에 한 번, 두 번, 그리고 세 번....숨차게 물새의 날개에 얹혀 오신 아버지. 젊은 날 진고개를 넘으시며 유명한 명동의 통닭을 손에 드시고 한 잔의 약주 탓에 조금 붉어진 얼굴로 들어오시던 아버지를 만났다. 멋진 아버님! 그리운 아버님! 영원한 젠틀맨! 감사합니다. 많이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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