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가면/박인환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저작권자 © 시니어 타임스(Senior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