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학교 연구실에서 즐기는 혼밥 점심 도시락입니다. 

밥 한끼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오랜만에 만나거나, 우연히 지나칠 때 흔히 "다음에 밥 한 번 먹자  '라고 말하지요? 하지만 그 약속은 대개 허공에 사라짐을 알기에 이젠 다음(언젠가) 대신에 그 자리에서 날짜 등을 확실히 정하지 않는 한, 빈 말은 줄여야겠지요. 

​2919년 12월 마지막 날, 33년 간 동고동락해 온 에너지 공기업에서 은퇴 후 2개월 쉬면서 원없이 집밥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습니다.(역시 집밥 최고!) 그리고 2021년 3월, 코로나 초기에 새로운 직장을 나가면서 자연스레 집밥의 연장인 도시락 점심의 행복을 연구실 직원들과 함께 나누게 되었습니다. 특별히 누군가와 약속이 있을 때 이외엔 웬만하면 출근한 멤버들과 함께(프리랜서라 그때그때 다른 멤버나 간혹 혼밥) 도시락을 먹는 즐거움이 크지요. 어느 덧 4년 여간의 도시락 점심입니다. 아직도 내겐 그대(도시락)향한 사랑으로 벅찹니다.

문득, 고교시절 국어 책에 실려있던 김소운의 수필 ‘가난한 날의 행복’에 나오는 감동적인 글귀로서 '왕후의 밥, 걸인의 찬'이 생각납니다. 실직한 남편이 아침을 굶고 출근한 아내를 위해 어렵게 구한 쌀로 밥은 지었으나, 반찬은 어떻게 할 수 없어 간장 한 종지로 대신한 신혼부부의 따뜻한 사랑을 그린 수필이지요. 수필에서 상상되는 밥상의 모양처럼 소박하지만, 유명한 맛집의 고급 식단이 부럽지 않네요. 담백하고 시원한 오이김치 국물 맛에 지난 주말 텃밭 주위 노지에서 뜯은 온갖 봄나물의 아삭한 식감과 자연의 향기가 온 몸과 마음 가득 퍼집니다.

연구실 창문 밖엔 벌써 지나간 벚꽂 대신 겹벚꽃이 피기 시작하여, 그 향기가 새들의 노랫소리와 함께 오감을 만족시켜 주기에 더욱 행복한 점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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