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를 위한 토요편지 892호

지난 해 12월 2일 광화문에서 열린 '100세 철학자의 행복론' 신간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103세의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건강 비결‘에 대한 질문을 받자 두 가지의 마음가짐을 강의하듯 말씀하셨다.

“100살 넘도록 사는 사람 가운데 내가 아는 사람이 7명 있습니다. 그들의 공통점이 있는데, 하나는 하나같이 ‘욕심이 많지 않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남 욕을 하지 않는다'는 것 이 두 가지는 정서적으로 아름답게 사는 건강 비결이 아닌가 해요. 먼 미래 얘기 같은가요? 여러분들도 곧 그렇게 됩니다.(웃음) 이 말을 귀담아 들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먼저 내 마음을 비우고 남을 비난하지 말라'는 김 교수님의 '건강 비결’은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그런 쉬운 문제도 아니다. 100년이라는 연륜에서 묻어 나오는 경험적 통찰의 행복 키워드는 한 세기를 건너가면서 몸소 영욕(榮辱)을 체험한 노(老)교수의 탁견(卓見)으로 울림이 크다. 첫 번째 울림은 무병(無病)으로 오래 사는 사람들은 ‘욕심이 많지 않다’는 말이다. ‘삶은 그 자체를 욕망한다고 하였지만' 욕심이 잉태한 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 즉 사망을 낳느니라'는 성경 말씀처럼 자기(我)가 바라는 것(望)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괴로워(苦)한다. 그 괴로움의 밑바닥에는 욕심이 자리하고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친 욕심으로 인하여 불행을 맞은 사람들이 부지기수(不知其數)다.

​나이 50에 참회록을 통해 마음을 비웠던 톨스토이는 "욕망이 적으면 적을수록 인생은 행복하다, 이 말은 낡은 말 같지만 결코 모든 사람이 다 안다고 할 수 없는 진리다."고 말했다. 대부분 사람들은 갖고 있지 않은 것을 욕망한다. 어떤 부재(不在)를 느끼고, 어떻게 이를 채워 넣을지를 상상한다. 바로 이런 마음의 작용이 우리가 ‘욕망’이라고 생각하는 어떤 것이다. 욕망은 욕심의 중첩이다. 두 번째 울림은 무탈(無頉)하게 장수(長壽) 하는 사람들은 ‘남을 욕하지 않는다‘. 명심보감(明心寶鑑)에 이런 글귀가 있다. “함혈분인 선오기구(含血噴人 先汚其口) 피를 머금어 남에게 뿜으면 먼저 그 입이 더러워지느니라." 남을 비난하거나 욕하면 내 인격이 먼저 더러워진다는 무서운 말이다.

​자공방인 : 자왈(子貢方人 : 子曰) 사야현호재 (賜也賢乎哉) 부아즉불가(夫我卽不暇) 자공이 두루두루 사람들을 품평하고 비교하자 공자가 말하기를 子貢은 참으로 똑똑한가 보다, 나는 그럴 겨를이 없는데. 남을 욕하거나 비판하고 평가할 그럴 시간이 있으면 정작 힘을 쏟을 일에 신경 써야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일에 신경 쓰느라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는 것이다. 孔子는 子貢에게 엄중하게 경고하고 있다. '나는 다른 곳을 기웃거릴 틈이 없다' 소인배들이나 매몰되는 '급한 일'이 아니라 '중요한 일'에 몰두한다는 뜻의 我 卽 不 暇 !! 참으로 멋진 말이다. 대개의 경우 탐욕스러운 사람일수록 남을 욕하고 비평한다. 소위 ‘내로남불‘형 인간으로 ‘유해인간(有害人間)‘이다.

​현재 생존 최고령 인간은 116세 할머니 ‘마리아 브라냐스 모레라‘다. “늙었지만 어리석지는 않다”며 밝힌 그의 장수 비결은 있다. ‘有害人間(les persones toxiques)'을 거리두기를 하라는 것이다. 116년의 오래된 생각이다. 그 보다 더 오래된 노자(老子)의 건강 비결은 탁월(卓越)하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지만, 자신이 앞서게 된다. 자신을 소홀히 하지만, 오히려 보존된다.“ '앞서고 보존되기 위해서, 내세우지 않고 소홀히 할 뿐'이라는 것이다. 老子의 마음가짐은 외유내강(外柔內强)의 뜻을 압도한다. 앞서거나 오래 보존되기 위해서 그 무엇을 욕망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에게로 집중하고 몰입(沒入)한다는 것이다.

​무위이무불위(無爲而無不爲) ‘無爲하면 되지 않은 일이 없다’ 통쾌하다. 無爲를 통한 無不爲는 취천하(取天下) ‘천하를 갖는 일’이라는 도덕경(道德經)의 卓見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다. ‘천하를 갖는 일‘처럼 높은 시선(視線)의 卓見은 먼 나라의 이야기 같지만 갈 수 없는 곳은 아니다. ‘내로남불’에서 벗어나고 ‘유해인간‘을 피(避)하는 것 그리 어려운 질문이 아니다. 마음가짐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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