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일이다. 같은 산악회 동료가 엄마에게 드리고 싶다며 부탁했던 빵모자와 미니 머플러 3개를 찾으러 우리집엘 왔다. "노인에게 빨간색은 너무 밝은 거 아니니?" 라고 묻는 나에게 "누님 저희 어머니는 화려한 걸 무척 좋아하세요. 적당히 화사하네요. 넘 예쁩니다."

그냥 가져가라는데도 실값이라며 6만원을 내밀며 "누님 정성에 비하면 적지만 제 성의니 받으세요. 가진 게 전부네요." 아들이 엄마에게 줄 선물이라고 부탁하는 사람도 처음이었지만, 늙은 노모와 가족을 부양하는 요즘 보기 드문 효자다. 코로나로 인해 산악회가 없어져서 만나진 못하지만, 무심히 사진첩을 뒤적이다 이사진을 보니 추억이 새롭다.

그 당시 독거노인 목도리와 워머뜨기를 할 때, 가지러온 담장자가 웃으며 "할머니들도 여자인지라 어두운 색은 안 가져가요" 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나이 들어도 예뻐지고 싶은 마음은 똑같다. 지나친 화려함 보다 적당한 화사함으로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싶은 게 여자들 마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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