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30일 관악세콤 모임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전철에서였다.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몇 가지 일을 본 후 교대에서 2호선을 타려고 시도하다 실패했다. 아무리 피크타임이라지만 길게 늘어선 촘촘한 인파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순간 '이태원 참사'가 연상되어 무서웠다. 교대에서 3호선을 2호선으로 환승하는 걸 포기하고 반대 방향인 양재동으로 갔다. 거기서 신분당선을 타고 강남까지 가서 2호선을 탔다. 젊은이들은 요금 때문에 하지 못할 선택을 한 것이다.

​다행히 그곳에서는 좌석까지 앉을 수 있었다. 시니어 좌석이었다. 한데 옆에 20대로 보이는 앳된 여성 두명이 앉아 있어서 의아했다. 배를 보니 임산부가 아니었고 핸드백 어디에도 초기 임산부 표시가 없는데 왜지? 두 여성은 네 정거장이 지났는데도 계속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둘이 나직이 대화하는 것을 들어보니 중국어였다. 아하! 중국여성들이구나! 순간 뭔가 교통정리를 해 줄 필요가 있었다.

​"Are you Chinese?"

"Yes"

"This is a senior seat."

​그제야 그들은 슬금슬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상황을 지켜본 나이 지긋한 남자분들은 쳐다보고만 있었다. "이쪽으로 앉으세요" 내가 권하자 앞에 계속 서 계시던 그분들이 비로소 자리에 앉으셨다.

​중국에는 우리나라와 같이 시니어 좌석이 따로 없는 걸까? 궁금하다. "로마에 가서는 로마법을 따르라" 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의 그 또래 여성들은 그 자리에 앉으라고 해도 절대 사양한다. 정 다리가 아프면 잠깐 앉을 수도 있지만 계속 앉아있는 것은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여성들이 경로사상이 있는 한국문화를 모르는 듯 해서 오지랖을 부려봤다. 젊은 여성들에게 점잖은 남자들이 직접 말하기가 어려울 것같아서 내가 총대를 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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