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4일, K-시니어즈 회원들과 함께 증평 나들이를 갔을 때다. 사과 과수원에서 사과따기 행사가 있었다.

"매일 사과 하나씩 먹으면 의사가 싫어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건강에 좋은 과일이 사과이다. 우리나라 과일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은 씹는 맛이 아삭아삭한 사과와 배다. 어렸을 때는 사과 품종이 홍옥, 국광, 골든 델리셔스, 부사 등 다양했다. 농산물은 고객의 입맛을 따라가기 마련인지 지금은 일본에서 개량된 품종인 부사만 살아 남았다. 부사는 당도도 높고 과즙이 풍부한 품종이다.

사과는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과일이라 어떤 것이 맛있는지 한눈에 알아본다. 사과는 열상을 입어서 겉이 거칠거칠한 것이 맛있다. 해님의 사랑을 많이 받아서 속에 꿀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과는 당도가 높고 씹는 느낌도 좋다.

​꽃만 예쁜 것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색채의 향연이었다. 널따란 과수원에는 눈이 부시게 파란 가을하늘을 배경으로 끝없이 펼쳐진 빨간 사과의 향연이었다. 파란 하늘과 빨간 사과의 대비되는 색채가 환상적으로 고와서 탄성이 절로 나왔다.​ 줄지어 늘어선 야트막한 사과나무에는 커다란 사과들이 주렁주렁 탐스럽게 열려 있었다. 사과나무의 키가 높지 않은 것은 수확하기 좋도록 개량에 개량을 거듭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날 우리는 수확하는 기쁨을 마음껏 누릴 수 있었다. 농장주에게 자식같이 소중한 게 농작물이다. 혹여나 실수로 나뭇가지를 부러뜨릴까 봐 조심조심 사과를 땄다. 사과 표면이 거친 것을 고르다 보니 대부분 꼭지 부분이 갈라져 있었다. 장기간 보관하는 데는 문제가 되지만 금방 먹을 때는 그 부분만 도려내고 먹으면 되니 그냥 따서 담았다. 크기나 때깔로 봐서는 충분히 일등품인데 봄부터 열심히 가꾼 사과가 꼭지 부분이 갈라져서 등외품이 되면 농부로서는 이만저만 속이 쓰린 게 아닐 것이다. 일부러 농부의 심정을 생각해서 꼭지가 갈라진 것만 골라서 딴 것은 아니지만 맛있게 보여서 꼭지 부분이 갈라져 상품 가치가 떨어졌어도 그냥 땄다. 보관성이 떨어지면 상하기 전에 이웃들과 나눠 먹으면 되니까.

이틀 후 배달된 사과를 보니 꼭지가 갈라진 게 대부분이었다. 결과적으로 내가 한 행동이 사과 농장주께 보탬이 되는 가을걷이였다. 택배로 보내기 전에 내가 딴 사과를 살펴보셨다면 아마도 사장님이 꽤 좋아하시지 않았을까 싶다. 대부분이 상품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등외품을 제 값을 치르고 구매한 것이니까 말이다. 농부의 심정을 헤아려보며 사과를 따던 내 마음을 농장주는 하마 아실까? 모르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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