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거둬들인 호박이 바깥에서 찬바람 맞고 있기에 집으로 들여와서 호박죽을 끓이기로 했다. 남편이 호박 껍질 벗기는 건 자기가 해준다고 했다. 매주 화요일은 남편 사업장이 쉬어서 자매들이 우리집으로 모인다. 일주일에 한번 씩 얼굴 보고 맛난 것도 해먹고 영화도 보고 근처 유원지도 가고 담소도 나눈다. 동짓날 끓인 팥죽도 남아 있어서 오늘은 죽 먹는 날로 정했다.

겉피가 아주 얇을 정도로 노랗게 잘 익은 호박이다. 겨울의 묘미는 이렇게 여름내 농사 지은 것을 긴긴 겨울날 하나씩 먹는 게 아닌가 싶다. 추수감사절에 교회로 3개나 크고 좋은 것을 보냈음에도 아직도 호박이 5개나 남아 있다. 추수감사절 지나고 바로 호박을 다 장만해서 호박죽을 끓여 교인들과 나눠 먹었었다. 작년에는 호박을 봄까지 둬서 더러 썩힌 것도 있었지만 올해는 제때 제때 해먹어서 애쓰고 지은 농사물을 허투루 버리지 않게 하려고 한다. 고구마도 감자도 썩힌 게 적을 정도로 알차게 다 애용했고, 배추며 무도 다 다듬어서 김치를 담그고 남은 것은 우거지로 말려 두었다. 토란대도 잘게 잘라 말려서 갈무리 해뒀으니 조만간 그걸 이용해 육개장을 끓일 참이다.

어느 정도 끓이니 맛있는 호박죽이 되었다. 이번 것은 속이 노랗게 잘 익어서인지 단호박죽 같은 맛이 났다. 부지런히 먹을 참이다. 부기 빠지는데 좋다는데 이걸 다 먹으면 살이 빠질까 찔까? 

나도 팥죽을 쑤었는데 집 위에 있는 절에서 팥죽을 보내줬다. 수도가 얼어서 보살님들이 팥죽 쑤기가 어렵다고 혹시 우리집 수돗물을 끌어가 쓰면 안 되겠느냐고 동지 전부터 말을 해와서 그러라고 했다. 밖에서 일하느라 추우면 우리집 부엌을 이용해도 된다고 했다. 흔쾌히 응해줘서 고맙다고 하더니 동짓날에 수도를 고쳤다고 한다. 그래서 그러려니 했는데 팥죽을 쑤어 보내준 것이다. 오고 가는 마음이 좋아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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