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노동지이다. 주변에 어르신들이 돌아가시는 일이 많다. 지난 주만 해도 친한 친구의 어머니 부고를 받았다. 귀동냥으로 들은 지식엔 노동지는 노인들이 많이 돌아가시고 애동지엔 아이들이 많이 죽는다고 했는데 알고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올해 동지(12/22)는 음력 동짓달 그믐날(11/29)이니 노(老)동지( 음력 하순)에 해당되어 그믐에 든다고 노인들은 나이를 한 살 늦게 먹게 되어 좋은 해라고도 한다. 음력 11월 초순에 드는 애동지 때는 팥죽을 끓이지 않는다고 한다. 음력 11월 중순에 드는 동지는 중동지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팥죽은 아무 때라도 끓여 먹을 수 있고 주변에서도 흔하게 찾을 수 있다. 그래도 사 먹는 것보다는 직접 해서 먹는 게 더 맛난 것 같아서 끓였다. 팥값이 장난 아니게 비싸다. 내년엔 팥을 심어 볼까 싶다.

팥을 깨끗이 씻어서 솥에 안치고 삶아 준 다음 체에 걸러야 하는데 요즘엔 믹서기로 돌리면 간단하다. 팥이 익을 동안 찹쌀을 불려둔다. 찹쌀가루로 새알심도 만들어 본다. 조금 만드는데 떡집에 쌀가루 만들러 가기도 번거로워 그냥 마트에서 파는 찹쌀가루를 사 와서 익반죽을 했다. 차이점은 같은 찹쌀 가루라 해도 불린 찹쌀 가지고 가서 찹쌀가루로 빻아 오는 것으로 새알심 만들면 훨씬 찰기가 있고 맛있다. 예전엔 집안 식구들 나이만큼 빚었는데 오늘은 두 식구니까 그냥 내 맘대로 빚는다. 불린 찹쌀을 넣고 저어가면서 쌀알을 익혀주고 어느 정도 쌀알이 퍼지면 새알심 넣고 한소끔 더 끓였다. 밥알 대신 팥 국물에 칼국수를 넣어 팥칼국수로 해먹어도 좋다. 요즘 김장김치도 적당히 익어 맛이 좋고 동치미도 맛이 좋을 때라 팥죽에 동치미를 곁들였다. 새알심이 많으면 미역국에 넣고 끓여도 미역국이 더 맛있다.

한 그릇 중에 반은 그냥 먹었고 반은 설탕을 넣어 달달하게 먹었다. 시원하고 차갑게 넘어가는 동치미도 일품이다. 안주려고 해도 너무 맛있어서 그릇에 조금 퍼담았다. 내일 딸아이네 가져다 주라고 남편에게 부탁할 참이다. 남편 출근길에 딸네 집이 있어 오며가며 딸이 즐겨 먹던 먹거리를 만들면 보내주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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