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변기 뚜껑은 닫아 두라고 있는 것

화장실은 더러운 곳이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인류는 200년 전부터 ‘화장실은 더러운 곳이 아니다’를 실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지금은 아파트의 안방 내부에 화장실이 버젓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그동안 인류가 일관되게 진행해 온 변기 개선의 성공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200년에 걸친 변기의 변천사는 그냥 포털 검색창에 '변기의 역사' 항목을 검색하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하자. 오늘 이야기의 주제는 변기 뚜껑이지 변기 개선의 역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화장실 위생환경개선의 핵심은 변기의 발명이다. 변기가 인류에게 미친 영향을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2014.06~2017.01)이었던 실비아 버웰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과거 200년간 변기의 발명으로 시작된 위생 혁명보다 더 많은 생명을 구하고 보건을 발전시킨 혁신은 없다.“ 변기 발전의 역사가 위대하고 영향이 크긴 컸어도 인류가 놓친 것 하나는 뚜껑 처리 문제이다. 변기에 뚜껑은 왜 달려 있는 것일까? 변기 뚜껑 발명자가 누군지를 아직 모르고 있는 기자는 나름대로 그 용도를 추리해 보았다.

1) 변을 가리기 위함

2) 사후(事後) 냄새를 방지함

3) 변기 미관을 좋게 하는 디자인

4) 물 내릴 때 씻겨 나가는 물 튀는 것 방지

여기서 나는 4)번에 방점을 두고 싶다.

1980년대에 대중화되기 시작한 뚜껑 없는 좌변기, 즉 양변기 보급은 아파트공급과 함께 널리 확산하였고 어느 날, 양변기에 뚜껑이 붙어서 보급됐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들이 이 뚜껑이 무슨 용도인지를 제조사도 알려 주지 않았고 사용자들도 몰랐으므로 그냥 무심하게 대해 왔던 것이다.

아직도 사후(事後)에 변기 뚜껑을 닫는다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단언할 수 있다. 변기 뚜껑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는 최근 과학이 연달아 밝혀내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내가 변기 뚜껑을 열어 둔 채로 물을 내리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2016년 무렵의 일이다. (-변기 뚜껑만 닫으면 물이 내려간다! 화장실 위생을 책임지는 M-toilet | 와디즈 펀딩 wadiz.kr) 그리고 최근에 찾은 자료는 더욱 획기적인 시각 자료이다. (-변기 뚜껑을 닫아야만 하는 이유!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https://www.hankyung.com/it/article/2022120954287

​지난 10월에 순천-완주간 고속도로를 통행하던 중 들른 전북의 오수 휴게소 화장실의 양변기 뚜껑에 “이제 변기 뚜껑 닫고 물 내리세요”라는 글귀와 함께 플라스틱 손잡이를 붙여 놓은 것을 봤다. 여기서 내게 번쩍이는 괴짜 본능이 발동했다. 우리 집에는 양변기 세개가 있다. 2016년 이후, 나는 변기 뚜껑을 열어 둔 채로 물을 내리면 안 된다는 것을 인식한 뒤로는 매번 사후(事後)에 뚜껑 닫고 물 내리기가 습관화 되었지만 다른 이들은 그게 쉽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서 내게서 발동한 괴짜 본능은 “우리 집 변기 뚜껑에도 손잡이를 붙여 두자“였다.

그럼 ‘무엇을 가지고 뚜껑 손잡이를 만들 것인가’가 문제였다. 집안 연장통을 뒤지니까 요즘은 커튼이 창문 블라인드로 대체되어 쓰지 않게 된 커튼 걸이 고리가 보였다.바로 그것을 활용하였다. 변기 뚜껑의 재질은 얇은 플라스틱이라 그 고리를 나사로 조여 부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최근 누군가가 커피믹스 대용량 박스의 플라스틱 손잡이를 두루 활용하라는 카톡 자료를 보내와서 그것도 활용하여 그럴 듯한 변기 뚜껑 손잡이 부착을 완성했다. 그날 변기 뚜껑 손잡이 세 개를 붙이는데 반나절이나 소요 되었다. 가족들은 내가 ‘별 희한한 일’을 한다고 속으로 괴짜 투정할지 모르지만,화장실 위생의 끝판 작업을 완성한 나는 한참 동안 흐뭇했다.

그런데 구글이나 네이버 검색창에 '변기'를 검색하면 수많은 양변기 상품들이 등장하는데 변기 뚜껑에 손잡이를 붙여 판매 중인 것은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양변기 회사들은 왜 뚜껑 손잡이를 붙이지 않고 파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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