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는 이제 정식 스포츠 반열에 올라

 

10월 30일 새절역 JCC클럽에서 열리는 2022 서울시민 당구 리그에 참가 신청을 했다. 서울시, 서울시 체육회, 서울시 당구연맹이 주최 주관하는 대회다. 당구가 대중스포츠로 격상되면서 시범종목으로 처음 여는 대회다.

참가자는 대회 전일 자가 키트 검사후 당일 현장에 실물을 제출해야 한다. 편의점에서 자가 진단 키트를 구매했다. 2개 포장에 1만원이다. 참가비가 1만원이다.

자가진단키트를 처음 사용해 봤다. 설명서대로 따라 했더니 15분 후 음성 판정으로 나왔다. 처음이라 좀 번거로웠지만, 간단하다.

10월 30일 오전 경기장에 도착하니 이미 선수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국제경기용 대대만 18대의 최고급 시설이었다. 내가 최고령자 급이고 거의 20~30대 또는 40~50대 청장년들이었다. 유명 당구 클럽 멤버들은 유니폼까지 맞춰 입고 다녔다.

첫 경기는 클럽 핸디 25점, 대회 핸디 19점 20대 청년과 게임이었다. 양팔에 문신이 요란한 조폭 수준에 태도나 말투도 거칠었다. 내가 녹화 기능까지 있는 디지털 점수 판정기 조작에 서툴다 보니 텃세까지 했다. 매번 선수가 상대방 점수를 직접 클릭해주고 본인도 그것을 확인하게 되어 있다. 당구는 멘탈 게임인데 이런 저런 잔소리까지 듣고 나니 제 정신이 아니었다. 빨간 공 대신 오렌지 색 공도 헷갈리게 했다. 나는 클럽 핸디 20점, 대회 핸디 16점으로 출전했다. 첫 게임은 분전했으나 얼떨결에 상대방에 휘말리며 19대10으로 졌다.

​두 번째 경기는 오후에 벌어졌다. 역시 클럽 핸디 25점, 대회 핸디 19점으로 나보다는 고수였다. 역시 30~40대 장년이었다. 마음을 내려 놓고 치다 보니 뱅킹에서도 이기고 초구부터 내가 앞서 나갔다. 결국 16:11로 드디어 첫승을 거둔 것이다. 애버리지 0.514의 준수한 성적이었다. 심판이 와서 심사지에 싸인 받고 점수판 인증 샷을 했다. 서울시 당구연맹 및 체육회에 정식 첫승으로 기록되는 것이다. 개인 큐도 없이 경기장 하우스 큐를 들고 왔으니 다소 무시 보았던 노인에게 졌다는데에 상대방이 어이 없어 하는 것 같았다.

기분 좋은 하루였다. 리그전이므로 두 게임 모두 이겨야 상위 게임에 진출할 수 있는데 1:1이니 더 이상 올라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동률이 되면 획득 점수, 애버리지 순으로 올라간다.

지난번 송파 당구 대회에서도 상대가 30점이었는데 하프 게임으로 이겼다. 15점 선숭제였으므로 운이 좋았다. 나는 대회에 나가서 남들보다 긴장이 덜한 것이 강점이다. 오히려 연습 때보다 집중력이 더 좋아진다. 댄스로 대회에 여러 번 참가했던 것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었지만, 내 입장에서는 잃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 나가보니 당구는 이미 다른 스포츠처럼 경쟁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전국체전 정식 종목이기도 하다. 심판진들은 대부분 젊은 여성들이고 선수도 여성들이 여기저기 있었다. 남자 선수들도 젊었다. 더 이상 노인들만의 시간 보내기 게임이 아닌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배운 것으로 흔히 상대방이 어려운 공을 쳤을 때 “나이스!”, “굿 샷!”해주는 것이 매너인 줄 알았는데 경기에서는 그것도 매너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말 없이 쳐야 한다. 내가 친 공에 대해서도 일체의 멘트를 금한다. 상대가 칠 때는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한다. 상대의 공이 완전히 섰을 때 내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 그전에 일어났다가는 한 소리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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