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9일(수),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에서 [음악과 낭독이 있는 작가와의 만남]이 있었다. 북 토크 주인공은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를 쓴 심혜경 작가. 이 행사는 ‘2022 우리동네 인문책수다’에 선정된 오도독(오플쿱사회적협동조합 독서동아리) 주관으로 진행되었다.

책을 미리 읽은 터라 궁금했다. 그녀는 어떤 모습일까? 예쁜 카페에서 노트북을 펼치고 뭔가에 몰두하는 할머니라니. 희끗한 머리칼이 멋스러운 분일까? 잠시 머리를 쥐어짜도 도무지 상상이 안 되었다. 그녀를 만나고 깨달았다. 어차피 그려낼 수 없었으리라는 것을.....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너무 젊었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라더니 북 토크에서 만난 그녀는 상상으로 가능한 할머니가 아니었다. 스르륵 내 곁을 지나 진행을 맡은 박일호님과 인사를 할 때까지 화장실 세면대에 나란히 서서 손을 씻은, 챠콜색 후드셔츠 모자를 깊이 눌러쓴 젊은(실제 나이는 60대) 그녀가 심혜경 작가였음을 짐작이나 했겠느냐 말이다.

행사를 위해 책상을 치우고 빙 둘러놓은 의자가 순식간에 채워졌다. 노란 후드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다리를 꼬고 앉아 책을 읽는, 잠자리 안경을 걸친 커트머리의 그녀, 책 표지의 그녀가 셔츠색만 바뀐 채 걸어 나와 내 앞에 앉아 있었다. 관객과의 거리가 가까워선지 다소 쑥스러워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문득문득 소녀가 느껴졌다.

​그녀의 배움에 대한 호기심은 입을 떡 벌어지게 한다. 들고 다닐 수 있는 악기 하나쯤은 배우고 싶어 구민회관에서 클래식 기타를 배우다 코로나로 수업을 못 하게 되자 친구 따라 바이올린을 가르치는 문화센터에 등록하면서 자신을 친구 따라 강남가기의 전형적인 예라고 밝히기도 했다.

​잊을만하면 퀴즈를 날려 선물을 안기는 박일호님의 탁월한 진행 덕에 마음이 편해졌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심혜경 작가의 표정이 부드러워지고 있었다.

“방송대가 들어가긴 쉬워도 졸업은 엄청 어렵다는데 공부한 비결이 뭐냐?”고 묻자 “너무 없어 보이지 않게 중간만 유지하면 됩니다.” 라고 말하는 그녀. 퇴근 후 밤마다 번역을 하여 첫 책을 완성했던 번역가로서의 에피소드를 들려주며 "그 시간이 있어 지금 이 자리에 서게 된 것 같다"고 말하는 그녀의 초승달 같은 눈웃음이 참 예쁘다.

​글쓰기에 대해서는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를 예로 들며 다 배워서 쓴다고 생각하면 쓸 수 있는 글은 유언장 정도일 것이다 라는 말로 망설이는 이들의 뼈를 때리기도 했다. 토크 말미에 그녀는 필즈상 수상자 허준이 교수의 서울대 졸업연설 중 일부를 들려주었다.

취업준비, 결혼준비, 육아, 교육, 승진, 은퇴, 노후준비를 거쳐 어디 병원 그럴 듯한 1인실에서 사망하기 위한 준비에 산만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무례와 혐오와 경쟁과 분열과 비교와 나태와 허무의 달콤함에 길들지 않길, 의미와 무의미의 온갖 폭력을 이겨내고 하루하루를 온전히 경험하길, 그 끝에서 오래 기다리고 있는 낯선 나를 아무 아쉬움 없이 맞이하게 되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기념촬영과 작가의 사인을 받는 시간이 있었다. 한 사람 한 사람 눈을 맞추고 사인을 해 준 그녀. 책을 읽은 독자로서 북 토크에서 본 그녀는 예상보다 더 젊었다. 그리고 참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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