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타고 싶어라/유안진

                                           

벤치에 낙엽 두 장

열이레 달처럼 삐뚜름 멀찍이 앉아

젖었다 말라가는 마지막 향기를 나누고 있다

가을 타는 남자와 그렇게 앉아

달빛에 젖은 옷이 별빛에 마를 때까지

사랑이나 행복과는 가당찮고 아득한

남북통일이나 세계평화 환경재앙이나 핼리혜성을

까닭 모를 기쁨으로 진지하게 들으며

대책 없이 만족하며

그것이 고백이라고 믿어 의심 없이

그렇게 오묘하게 그렇게 감미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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