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각(雨傘閣)을 바라보며

동대문도서관(서울시 동대문구 천호대로 4길 22(신설동109-4)
동대문도서관(서울시 동대문구 천호대로 4길 22(신설동109-4)

신설동 풍물시장 앞 동대문 도서관은 내 서재(書齋)다. 아니 찾아오는 모든 이의 서고(書庫)요, 교실(敎室)이요, 독서실(讀書室)이다. 일정이 없는 날은 이곳에서 낮 시간을 보낸다. 도서관 정문 앞은 작은 공원이다. 늘 관심 없이 지나치다가 오늘 모처럼 돌아보았다. 그곳에 울타리도 없는 방 한 칸짜리 오두막이 있었다.

여기가 황희(黃喜)·맹사성(孟思誠)·허조(許稠)와 함께 세종대의 대표적인 청백리(淸白吏) 하정(夏亭) 유관(柳寬1346~1433)의 집이라고 한다. 평생 베옷과 짚신으로 검소하게 살다간 유생(儒生)이요 정승(政丞)이었다.

우산각(雨傘閣)
우산각(雨傘閣)

우산각 하정(夏亭) 유관(柳寬1346~1433)은 조선 개국원종공신으로 조선 건국에 참여하였다. 이어 대사성(大司成), 형조(刑曹) 및 이조(吏曹)의 전서(典書)를 역임하고 예문관(藝文館) 대제학(大提學)과 우의정(右議政)으로 치사(致仕)하였다. 소탈하고 온화하며 청렴결백하였으며 학문이 출중(出衆)하였다. 태종이 세자(세종대왕)를 맡겨 가르치도록 하였다. 음식은 밥과 국, 나물이면 족했고 귀한 손님이라도 탁주(濁酒) 한 사발과 무 몇 쪽으로 대접했다. 동대문 밖 지금의 신설동역 부근에서 담장도 없는 방 한 칸짜리 초가집에서 살았다. 왕께서 내려주신 하사품은 물론 살림살이에 여유가 있는 것은 모두 이웃 사람과 근처 아이들의 먹과 붓, 종이 값으로 써버렸다.

어느 비 오는 날, 천정(天井)이 새어 방 안으로 비가 쏟아지자 태연하게 우산을 받쳐 들고 비를 피하면서 아내에게 말하기를 “우리는 우산이 있어 다행이지만, 우산 없는 집은 어떻게 비를 피할지 걱정이오.”라고 말하면서 그 우산을 이웃집에 주었다고 한다. 이로부터 이웃 사람들은 유관의 집을 우산각(雨傘閣)이라 이름 하였고 이 마을을 우산각골이라 불렀다고 한다. 88세에 별세하였는데 유언(遺言)하기를 “우리 집안에 기리 전할 사물은 오직 청백(淸白)이니 대대로 이어 끝없이 전해야 한다.”라 했다고 한다. 세종대왕이 부음(訃音)을 들으시고 제자 된 도리로 흰옷과 흰 양산을 쓰시고 백관을 거느려 장례식에 직접 참석하시어 소찬(素饌)을 내려 예를 갖추었다고 한다.

비우당(庇雨堂)
비우당(庇雨堂)

비우당(庇雨堂) 몇 해 전, 여기서 멀지 않은 창신동에서 비우당(庇雨堂:비를 가리는 집)을 만난 적이 있다. 조선후기 실학자인 지봉(芝峯) 이수광(李睟光, 1563~1628)이 말년에 『지봉유설(芝峯類說)』을 집필했던 집이다. 그 집도 원래 하정(夏亭) 유관(柳寬)이 살던 집으로 이수광이 물려받아 평생 거처하였다. 이수광(李睟光)은 하정(夏亭) 유관(柳寬)의 외5대손(外五代孫)이다. 청렴(淸廉)도 유산(遺産)으로 대(代)를 잇는가 보다.

청백리(淸白吏) 명예(名譽)의 벽
청백리(淸白吏) 명예(名譽)의 벽

​청백리(淸白吏) 명예(名譽)의 벽 우산각 맞은 편에는 “청백리 명예의 벽”이라는 커다란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서울특별시에서는 2009년부터 매년 근면성실하고 청렴하여 모든 공직자의 귀감이 되는 사람을 발굴하여 시상한다. 이것이 “서울특별시하정청백리상”이다. “명예의 벽”에는 “청백리상”을 수상한 공직자의 이름이 각인되어 있다. 공직자의 청렴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고 또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공직자는 없을 것이다. 서울시 공무원 거의 모두가 수상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웬 걸! 수상자는 1년에 고작 한두 명이다. 수상자가 아예 한 명도 없는 해가 2021년 포함하여 여러 번이다. 11년간 겨우 22명에 불과하다. 50여만 명이 훨씬 넘는 시 공무원에 매년 2,500여 명을 신규 채용한다. 그 중에 청렴한 사람은 고작 1년에 한 명 정도라니….그렇다면 이 한두 명을 뺀 나머지 공직자들은 부정하거나 부패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청백리 훈련원(가칭)” 설립을 건의한다.

​도서관을 비롯하여 옆 건물 “교육연구정보원”과 “서을 풍물시장” “다산 콜센터”가 모두 서울 교육청 소유의 건물과 대지다. 서울특별시는 교육청과 협의하여 이 자리에 “청백리 생활 규범”을 제정하고 “청백리 훈련원”를 설치했으면 좋겠다. 매년 공무원 채용시험에 합격한 2,500여 명에게 청백리 교육과 훈련을 철저하게 시행하고 최종적으로 “청렴에 목숨을 걸겠다.”는 서약을 하는 사람만 임용하기를 건의한다. 그리고 현재 근무 중인 50여만 명의 공직자도 재교육을 시켜야 할 것이다. 이것이 성공하여 서울 공직자 모두가 “청백리 명예의 벽”에 이름을 올리면 120여만 명이 넘는 국가공무원과 지방 자치단체 모든 공무원도 따라서 자연스레 청렴해 질 것이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청렴한 나라가 되는 날, 명실상부한 세계 1등 국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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