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한글날, 인사동 갤러리 순례하고, 감고당길로 들어서다가 울타리가 없어지고 녹지대로 탈바꿈 한 송현부지에서 발길을 멈추었다.

도심 한복판에 있는 서울광장 면적의 3배(3만7117㎡)에 달하는 규모지만 한 세기가 넘도록 일반인들은 볼 수조차 없었다. 조선 시대에는 경복궁을 감싸고 있어 주로 왕족들이 흩어져 살던 곳인데, 1910년 일제 강점기 식민 자본인 조선식산은행 사택이 들어서면서 4m에 달하는 높은 담으로 쌓여 있었다. 어린시절 부터 높은 담장 안이 늘 궁금했었다.

​조선시대 왕족의 거주지였던 송현동 부지는 일제 강점기를 거쳐 광복 이후에도 주한 미국대사관 직원들의 숙소로 활용되어 시민들 접근이 어려운 금단의 땅이었다. 1997년 대기업이 이 땅을 사들인 뒤에도 방치되었다가, 지난해 12월 서울시가 옛 서울의료원 부지와 맞교환 하면서 녹지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한세기를 지나 드디어 지난 10월 7일 시민 휴식공간으로 돌아왔다. 4m 장벽은 야트막한 돌담으로 바뀌었고, 잔디광장은 물론 야생화 군락지도 조성되었다. 기증관(가칭) 건립 사업에 앞서 부지 전체를 2024년 12월까지 약 2년 간 녹지광장으로 임시 개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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