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 재개관 기념 음악회 무대에 오른 지역 성악가들 모습. 대구문화예술회관 제공
2019년,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 재개관 기념 음악회 무대에 오른 지역 성악가들 모습. 대구문화예술회관 제공

대한민국, 이럴 줄 알았습니다. 초근목피로 끼니를 때우면서도 자식들 교육에는 소홀하지 않았지요. 그래도 이 정도까지 기대는 못했습니다마는 이렇게 빠르게, 어느분야 가릴 것 없이 줄줄이 두각을 나타낼 줄은 차마 몰랐습니다. 무엇이 신호탄이 되었는지는 몰라도 제 기억으로는 세계기능올림픽에서 종합 1위를 하고 태극기를 앞세우고 비행기 트랩을 내린 후 시가지 카퍼레이드를 할 때 "웬일? 장하네!" 그저 이 정도의 감동이었는데 그 후 그 자리를 10여 년 넘게 지켜냈을 때 우리도 못할 게 없구나 라는 생각이 슬슬 들었습니다. 그즈음 세계 최고 iQ 천재아이가 등장하더니 정명화가 바이올린으로, 백건우가 피아노로, 종교계에서는 김수환추기경이 탄생하고 김기수와 홍수환이 주먹으로 세계챔피언을, 황영조가 마라톤에서 이렇듯 하나가 잊혀질려 하면 또 다른 분야에서 연이어 승전보를 보내왔습니다.

그러다가 꿈도 못꾸었던 올림픽을 개최한 것도 모자라 종합 세계 4위로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몇 년 지나 월드컵을 개최하겠다고 했을 때 우리 축구의 실력으로 과연 될까 싶었는데 개최는 물론 세계 4위라는 금자탑을 세웠습니다. 그때 세계를 놀라게한 붉은악마의 응집력은 이웃집 새댁이 옥상 장독대로 장 뜨러 올라갈 때 머리에 꽂인 악마의 뿔에서 이미 완성되었지요. 이후 박세리가 골프에서, 박찬호가 야구 본고장인 미국에서, 박세돌이 바둑에서, 김연아가 빙상에서 각자 한몫을 해주었으며 양궁은 국내선발대회가 바로 세계대회장으로 연계되었지요. 언급한 사실들이 연대 순서가 맞았는지 모르겠지만, 이렇듯 각 분야에서 세계 속으로 우리가 뻗어가고 있었습니다.

한편 산업계에서는 선박이 세계 수주량 우위를 놓치지 않고 건축, 토목 기타 분야에서도 놀라운 치적을 이루었고 iT 기술분야는 세계의 스승 노릇을 하고 있고 또한 자동차는 어떠합니까? 가전제품의 세계인지도는요. 전투기를 위시한 방위산업분야에서도 우리 무기의 우수성이 실전에서 증명되니 수주가 쇄도하고 있다지요. 우주산업에서도 펄펄 날고 있지 않습니까? 자칫 미아가 될 뻔한 원자력 분야도 이제 곧 제자리를 찿아 안착되면서 한 축을 이룰테구요. 축구에서는 손흥민이 EPL에서 골든슈를 쟁취하고 뒤를 이어 여러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한편 K를 이니셜로한 여러 집단들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고 있습니다. 우선 K-팝에서 방탄소년단이 세계를 흔들었구요. K-드라마에서 오징어와 미나리가, K-스크린에서는 기생충이 각 분야의 트로피를 높이 치켜 올렸습니다. 그 여파로 여러나라가 우리말을 배우기 시작한다니 놀라운 일입니다. 이외 제가 찿지 못해 언급되지 못한 사실도 엄청 많이 있을 것입니다. 치안분야에서도 선도국이라며 외국인들이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이런 사실들에 새삼 놀랍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고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이면에 다수의 국내 성악가들은 좁은 울타리에 갇혀서 마음껏 꿈을 실현치 못하고 있는 듯 느껴집니다. 우리나라의 가곡은 어느 나라 가곡 못지않게 곡이 아름답고 가사는 시 그 자체입니다. 그리고 젊은 성악가들의 성량과 기교가 엄청납니다. 모든 여건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우리가곡이 안타깝게도 마냥 맴돌고만 있습니다. 내친 김에 이제는' k-가곡'이라는 이름으로, 세계무대에 진출해 봤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떤 일에 대한 기획에는 일가견이 있지 않습니까? 필요하다면 문체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활로를 개척하면 어렵지 않게 세계인들이 우리가곡에 매료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머지않아 다수의 공연단이 형성되고, 세계 각국을 순회하면서 격찬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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