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년 이맘때 심혈관에 석회가 쌓여 긴급히 스텐트 시술을 받아야만 했다. 그동안 건강검진을 하면서 동맥경화도 검사(CT)를 매번 해 왔는데 그 결과 내 심혈관에 석회화가 심해서 먹는 음식을 조심해야 한다는 경고를 거의 매번 받아 왔다. 의사분들은 내 심혈관 석회화의 원인이 되는 칼슘이 많이 함유된 유제품의 섭취를  많이 줄이라는 것이었다. 그 석회화의 주원인은 내가 1990년, 스위스에서 1년간 살던 때부터 시작하여  30년이 넘도록 줄기차게 치즈를 너무 많이 먹어 온 결과일 것이라는 거였다. 그동안 의사들이 그렇게 추정해서 계속 치즈량을 줄이라고 한 거였지만 좋아하는 치즈를 즐기지 못하게 해서 가슴이 아주 아팠다. 그리고 결국은 작년 이맘때 심혈관들이 많이 막혀서(55～75%) 스텐트 시술을 반드시 해야 할 곳이 세 곳이라 했고 병원을 두 군데나 옮겨가며 시술을 받아야만 했다. 시술 뒤에 담당 의사는 나에게 더는 치즈를 먹지 말고 아예 기피 식품으로 여기라고 했다. 

그런데 금년 봄, 어느 날 심혈관의 석회화를 다루는 TV 방송 프로그램이 있어서  심각한 자세로 유심히 살펴봤다. 그 중에서 심혈관에 쌓이게 되는 칼슘의 출처에 대한 대목이 내 가슴을 쳤다. 그 프로그램이 내게 가슴을 치며 깨우쳐 준 말인즉슨 우리가 "식품으로 섭취하는 칼슘(食餌 칼슘)은 심혈관이나 순환기계에 쌓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결국 혈관에 쌓여서 석회화를 일으키는 칼슘 성분은 대부분 우리가 영양제로 매일 먹는 칼슘 제제를 과다 복용할 때  그것들이 쌓여서 석회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즉시 내가 그동안 치즈 섭취는 줄인 대신 매일 꼬박꼬박 챙겨 먹어 온 칼슘 제제를 살펴보니 한 알에 무려 1,000mg이나 들어있다는 것이 아닌가. 우리나라 국민 영양권장량에서 성인 1일 칼슘 요구량은 600～700mg인데 그 알약 하나에 하루 요구량보다 300～400mg이 더 많은 칼슘이 함유되어 있었다. ​아하! 그러고 보니 결국 내 심혈관에 쌓인 칼슘 대부분은 그동안 줄기차게 영양제로 먹어서 남게 된 잉여의 칼슘이 문제였다. 치즈의 칼슘이 내 심혈관 석회화의 원인이 결단코 아니었다. 이제 드디어 그전처럼 치즈를 많이 먹을 수는 없지만 치즈는 내가 매일 즐겨 먹을 수 있는 식품으로 귀환하게 된 것이다. 이 기쁜 소식을 누가 알아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