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세상에 왜 왔나? 어차피 피해 갈 수 없는 세상이라면 멋거리지게 살다 가야 하지 않을까? 어찌 살면 멋거리질까? 어떤 이는 춤과 노래로 많은 사람을 유혹하여 인기를 누리며 살고 또는 재물을 많이 모아 숱한 사람의 부러움을 즐기며 산다. 혹자는 올지 안 올지 모르는 미래를 앞당겨 팔아서 재미를 보기도 한다. 소위 사상가나 성직자들이 그렇다.

그러나 뭐라 해도 가장 멋거리진 것은 ‘많은 사람을 지배’하는 것보다 더한 것이 있을까? 옛날 같으면 임금이나 황제가 되는 것이다. 천지가 그의 것이요, 산천초목이 다 그의 것이다. 만백성의 생사가 다 그의 뜻이다. 그 임금의 탐욕을 채워주려 충신이 되어 죽은 사람도 멋있다. 요즘은 임금이나 황제가 없다. 있다 해도 천지는 그의 것이 아니다. 천지는 백성 즉 국민의 것이 되었다. 모든 권력도 국민에게 있다고 한다. 대통령은 국민의 뜻에 복종하는 심부름꾼일 뿐이라고 가르치고 배웠다. 일개 심부름꾼이 많은 졸개를 거느리는 세상이 되었다. 오로지 국민만을 위하여 봉사하고 희생하는 심부름꾼이 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정치인이다. 자신을 위해서는 눈곱 만한 욕심도 없지만, 국민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바친다고 큰 소리로 맹세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싶은 사람도 정치가다. 그들이야말로 가장 고마운 사람, 가장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 참으로 멋거리지게 사는 사람으로 으뜸이 되는 사람이 아닐까?

그런데 말이다. 그들의 입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국민이라는 말! 그중에 한 사람인 나로서는 그들에게 감사하거나 존경할 마음이 없다. 내가 배은망덕한 국민이라서 그럴까? 1948년 5월 10일 최초의 선거인 『제헌 국회의원』 뽑는 선거부터 『제20대 대통령』 뽑는 올해 3월 9일까지 모든 선거를 다 봤다. 서로 물고 뜯고 헐어 망가뜨리려고 곱지 못한 말만 총동원한다. 야유, 모함, 비난, 고소, 고발, 험악하기 그지없는 아수라장이다. 그리고 아예 부끄러움을 모른다. 퉤~, 퉤~, 퉤~,퉤~,퉤~, 추접하다. 추저분하다.

처음 시작부터 그랬던 것 같다. 목이 쉬도록 떠들어대는 것은 세월이 바뀌어도 변한없다. 내 아이가 배울까 두려운 그 짓이 국민을 위한 것이라 한다. 또 국민들도 배워 편을 갈라 서로를 죽일 것처럼 달려든다. 가장 멋거리져야 할 사람이 그렇게 추하고 더러울 수가 없다. 나는 차라리 국민이기를 포기하고 힘없는 백성으로 살기를 바란다. 내 아이가 정치인을 친구 삼는다면 경을 칠 것이다. 구멍가게 점원도 이런 사람은 쓰지 않을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폭우로 피해 본 사람이 적지 않았다. 그 현장에서 위험에 노출된 사람을 구출하고 말없이 사라진 사람들. 따뜻한 손을 뒤로 감추고 칭찬이 멋쩍어 얼굴 숙이고 몸을 감추는 사람. 이런 사람이야말로 정말 멋들어진 사람이다. 이런 사람만 넘치고 정치질 즐기는 사람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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