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결에 빗소리가 들려서 깼다. 밤공기가 서늘하여 옷방에서 이불을 꺼내 왔다. 그동안은 얇은 홑이불로 배만 가리거나 발목에만 휘감고 잤는데 어느새 두꺼운 이불을 찾게 되다니. 기상이변인지 원래 처서 지나면 그런지 헷갈린다. 날씨가 쌀쌀하니까 따뜻한 국물 생각이 난다. 아침을 대충 엊저녁에 먹고 남은 찬으로 먹고 바로 점심 준비에 들어갔다. 바지락을 넣은 칼국수를 하려고 마당을 돌아다녔다. 아직 꽃이 피지 않은 부추가 있어서 잘랐다. 홍고추 청고추를 따고 애호박도 한 개 땄다. 박스에서 갈무리해 둔 감자 네 개랑 양파 세 개도 가져왔다. 냉장고 신선실에 잠자고 있던 오징어 세 마리도 소환했다. 반은 칼국수 할 때 넣고 반은 오징어 전을 만들려고 갈라 놓았다. 칼국수 육수에 시원한 맛을 더할 마른 새우를 꺼내고 그 옆에 있던 마른 표고버섯도 불려놨다. 준비하면서도 연신 밖을 보는데 아직도 비가 내린다. 그래그래, 비오는 날엔 따끈하고 시원한 칼국수가 좋지. 거기다 오징어 호박전이면 아주 최상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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