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정리를 위해 반찬 그릇들을 죄다 꺼내고 보니 이게 보통 일이 아니다. 뭐가 이리도 많은지 쫘악 펼치니 반찬 가짓수가 18가지이다. 김치까지 더하면 20가지이다. 내가 만든 것도 있고 동생이 먹어보라고 준 것도 있다. 며칠 전 종로 5가 광장시장에서 사 온 젓갈류도 있으니 가짓수가 늘어났다. 에구~~ 해도 너무하네. 아무리 도시락도 싼다지만 둘이 얼마나 먹는다고 이리 많은지 내가 생각해도 너무 하다. 다행인 것은 모두 다 입에 맞는 것들이라 버릴 염려는 없다는 것이다. 더 다행인 것은 우리 집엔 닭이 있어 버려지는 반찬이 없다는 것. 먹고 남거나 안 먹는 것은 닭에게로 간다. 닭이 못 먹는 찌꺼기는 발효장으로 가서 오래 발효된 다음 거름으로 쓰인다.

반찬도 많고 저녁이라 운전할 걱정 안 해도 되니 막걸리를 한 잔 하기로 했다. 이 모든 반찬 중 가장 맛있는 것은 밭에서 뜯어온 토란대 나물볶음이다. 그리고 가자미 식혜이다. 토란대가 무성해지니 겉줄기를 잘라와서 껍질을 벗긴 다음에 데쳐서 국간장으로 살짝 볶으면 맛이 있다. 취향에 따라 들깨가루를 넣어도 맛이 훌륭하다. 느끼한 맛을 잡아주는 궁채도 좋아하는 반찬인데, 궁채나물만 못하지만 그래도 맛있다. 지평막걸리 맛에는 못 따라가지만, 친구 남편이 준 막걸리도 마실만 했다. 초보 농부인 이 분이 유튜브에서 봤다고 막걸리에 사카린을 섞어 배추 모종에 쫙쫙 뿌려주길래 기겁을 하고 말렸더니 배추가 술 취해서 자기에게 덤벼들어도 자기가 다 커버한다고 너스레를 떤다. 막걸리를 희석해서 뿌려야 한다고 말해도 마이동풍이다. 그래, 내 배추인가 뭐 하고 포기해버렸다. 그런데 모종에게 두 번씩 뿌려줘도 막걸리가 남았다고 한 병을 내게 준 것이다. 골라 먹는 재미가 있는 반찬에 텁텁하고 달짝지근 새큰한 막걸리를 마시니 기분이 좋다.

도라지고추장무침, 무말랭이장아찌, 궁채초짱아치, 새송이버섯장아찌, 샐러리양파장아찌, 깻잎된장박음, 외오이장아찌(보리차에 밥 말아 먹을 때 올려먹음 좋음), 북어채무침, 박고지무침, 저염명란젓, 토란대나물, 생고추된장버무림, 궁채된장무침, 깨순볶음, 고추다짐, 콩잎장아찌(포항에서 콩잎절임 사다 집에서 양념한 것), 고구마순볶음, 고춧잎무침(고춧잎 따느라 한나절 지나감), 메인 요리는 오삼불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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