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구 당구>

자주 만나는 대학 친구 세 명이 있다. 가끔은 골프도 치고 만나서 저녁도 먹는 친구다. 골프래야 1년에 봄, 가을로 몇 번 치는 정도였고, 식사는 두 달에 한 번 정도 한다. 대화가 통하고 오랜만에 깨끗한 한정식집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는 것도 즐거웠다. 그런데 두 친구가 당구에 빠져 만나면 당구 이야기가 화제였다. 그러면서 나도 당구를 배우면 어떻겠느냐고 했다. 당구는 아예 관심도 없었는데 만날 때마다 당구가 화제가 되니 은퇴 후 이 친구들하고 지내려면 당구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당구장에 등록했다. 집 근처 당구장을 찾았는데 사장님이 이야기했다. “제가 기초를 가르쳐 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한 석달만 기초를 배우면 게임을 할 수 있어요. 나도 혼자 인터넷 동영상 보고 250을 치고 있어요. 그러니 나 하라는 대로만 하세요.”

집도 가깝고 골프처럼 온종일 차 타고 멀리 가지 않아도 되어 좋았다. 큐 잡는 법부터 당구자세, 큐 동작 등 기초를 몇 주 동안 배우고 연습했다. 동영상을 통해 더욱 자세한 것을 익히고 연습했다. 마음대로 안 되었지만, 자꾸 연습하다 보니 혼자서도 게임처럼 연습도 하게 되었다. 그렇게 6개월이 되니 초보자끼리 게임을 하게 되었다. 공이 잘 맞을 때는 기분도 좋았다. 1년이 되어 120정도 되었다. 그러고 1년 4개월 째가 되었는데 150 당구가 되었다. 게임을 하면 이기고 지고 하지만 재미가 있다. 당구를 친다는 사람들이 말한다. “150정도 치면 한 창 재미있을 때네요. 지나가다 보름달만 봐도 당구공으로 보일 걸요.” 맞다. 점점 당구의 매력에 빠져드는 것 같다.

당구가 골프에 비해 매력있는 것은 첫째 시간이 절약된다. 온종일 걸리지 않는다. 둘째 가까운 데서 할 수 있어 접근성이 좋다. 셋째 가성비가 좋다. 골프처럼 비싸지도 않고 즐길 수 있는 운동이다. 셋째 회원들이 많아 많은 사람과 교류하기에 좋다. 골프는 많아야 네 명이 한 조로 그 폭이 좁다. 넷째 겨울이나 여름에 더 좋다. 골프는 무더위나 겨울의 혹한기에는 칠 수도 없거니와 고역이다. 그러나 당구는 겨울에는 따뜻한 난방에서 여름은 시원한 에어컨 바람 속에서 즐길 수 있다. 다섯째 골프 한 번 칠 것을 당구 회원들과 교제하며 돈을 쓰면 “사람 좋다”는 소릴 듣는다. 여러모로 보아 최고의 취미활동을 할 수 있다. 지금은 당구 예찬론자가 다 된 것 같다. 그런데 공이 내 마음을 몰라줘 그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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