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개어 작물 심은 밭에 나가 풀도 뽑고 고추도 따왔다. 심었을 때는 여기서 저기까지는 청양 고추, 저쪽은 일반 고추, 이쪽은 조림 고추.....나름 구별한다고 심었는데 고추가 자라니 서로 키재기를 해서 내가 여기에 뭘 심었지? 하는 기억상실 때문에 그냥 되는 대로 땄다.

고추가 섞이니 뭐 할까 하다가 멸치랑 고추를 이용한 고추 다짐을 만들었다. 매운 고추는 썰면 손에 매운 맛이 배어 쓰라리니 장갑을 끼고 써는 게 좋은데 막무가내인 나는 그냥 썰었다. 뭐 달리 비법이 있는 게 아니니 쏭당쏭당 적당히 잘게 썰면 된다.

멸치를 잘게 썰어서 고추 분량의 1/3을 준비해서 넣었다. 멸치가 많을수록 맛이 있는데 1:1 비율은 좀 그렇고 일단 준비한 대로 넣고 식용유를 5번 정도 둘러주고 굴 소스 한 수저를 듬뿍 넣고 조리기 시작한다.

지난번에 간장을 넣고 졸였다가 색깔이 시커매지는 바람에 맛은 있었지만 색감에 있어 실패했기에 오늘은 약간의 소금으로 나머지 간을 했다. 자작하게 졸여지고 나면 간을 보고 그릇에 담아내면 된다.

때깔은 좋게 나왔는데 청량고추가 너무 많이 들어간 것 같다. 칼칼하다. 호박잎 따다 쪄서 호박잎 쌈 해 먹을까 싶다. 강된장보다 맛있을 듯 하다. 

어제 사 온 생고등어 졸여서 호박잎 쌈에 멸치 다짐 올리고 고등어살 올리고 싸 먹는 게 저녁 반찬이다. 여름 반찬이 별거 있겠는가. 이렇게 먹으면 되지.

저작권자 © 시니어 타임스(Senior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