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브랜드 총 집합

문정로데오거리 입구 조형물
문정로데오거리 입구 조형물

 

서울 송파의 패션 스트리트 문정동 로데오 거리가 바뀌고 있다. 90년대 호황을 누리던 이 거리의 은행나무들을 베어내더니 가느다란 나무들을 새로 심었다. 봄에 하얀 밥풀같은 꽃을 피워 신기해 했는데 이팝나무다. 그간 가게 간판을 가리던 활엽수들을 베어내고 쇼윈도와 간판이 잘 보이게 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한다. 이 지역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꽤 번창하던 동네였다. 유명 브랜드의 옷 가게들이 대로변도 모자라 샛길까지도 한자리씩 세력을 넓혀가던 동네였다. 백화점보다 싼 가격으로 연중 할인, 이월상품 등을 팔던 곳이다. 일반인들은 물론 지방 도소매상들이 상경하여 상품을 사가던 곳이다. 200여개의 브랜드들이 모여 있다.

지금은 여기저기 로데오거리가 생겼다. 원래 로데오 거리는 미국 베버리 힐스의 의류 전문점이 늘어선 로데오 거리를 본 떠 만든 것이다. 지금은 죽전 및 다른 지역에서 지방 도소매상들을 흡수하는 바람에 상권이 많이 위축되었다. 의류 브랜드를 취급하던 큰 건물들이 다른 용도로 팔려 나가는 현상을 보면 쇠락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이 거리에 요즘 골프복 브랜드들이 대로변을 차지하고 있다. 거의 모든 유명 브랜드들이 총 집합한 것 같다. 그간 스포츠 의류, 캐주얼 등으로 잡다하게 섞여 있던 의류 가게들이 골프 쪽으로 전문화되는 과정이다.

우리나라 골프복 시장은 의외로 규모가 크다. 올해 우리나라 골프복 시장의 규모는 6조3000억원으로 골프의 본고장 미국 시장보다 큰 규모라고 한다. 인구 5천만 명이 살고 있고 골프장 수로는 전세계 2% 정도인 우리나라가 일설에는 골프복 시장의 규모가 미국 시장보다 4배나 크다고 한다. 전 세계 골프장의 8%를 차지하는 골프장 왕국 일본의 골프복 시장 규모가 9400억 원 정도이니 얼마나 큰 매출 규모인지 비교가 된다. 한국의 골프 인구는 564만 명으로 집계되었고 일본의 520만 명을 넘어 섰다. 골프 참가율도 10.2%, 그 중 여성의 참여 비율이 25.5%나 된다. 백화점의 유명 골프 브랜드들의 매출 증가도 눈에 띌 정도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갑자기 골프 붐이 일어서 수요가 폭발한 것이냐 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 골프인구가 많이 늘어나기는 했으나 골프복은 골프 치는 사람만 입는 것은 아닌 것이다. 물론 세계무대에서 우리나라 프로 골퍼들의 선전, 특히 한국낭자들이 LPGA의 가장 큰 파워 그룹으로 군림하면서 골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당구 방송처럼 전문 골프 채널도 있고 기존 매체에서도 골프 관련 오락 프로그램이 여러 개 생길 정도다.

# 골프웨어

골프 웨어는 1980년대 들어 의류의 한 장르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1세대 골프웨어로 아놀드 파머, 슈페리어, 잭 니클라우스, 라코스떼 등이 등장했고 곧 이어 2세대 브랜드로 울시, 닥스, 레노마 등이 나왔다. 지금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골프웨어 브랜드가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 초기 골프웨어는 이렇다 할 특징은 없었다. 대충 골프 스윙하기에 편하게 어깨와 소매의 디자인이 좀 특화되었을 정도였다. 다른 스포츠웨어에서도 그랬듯이 통기성, 땀 흡수성, 유연성, 신축성이 강조되었고 필드에서 오랜 시간을 있어야 하므로 자외선 차단 기능까지 추가된 것이다. 잔디의 초록색 배경과 먼지 안 나는 환경 덕분에 밝은 색이 특징이다. 그간 골프 웨어는 가격 면에서 비쌌기 때문에 일부 부유한 골퍼들 외에는 접근이 어려웠었다. 그것이 골프웨어를 다른 장르의 의류에 비해 희소성이 있었고 차별화에 한 몫 셈이다.

# 뉴패션

우리나라 패션은 정장, 캐주얼웨어, 스포츠 웨어 정도로 구성되어 있었다. 직장인이라면 정장이 출근복이었다. 큰 기업에서는 정장이었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에서는 캐주얼 복장도 서서히 잡리 잡았다. 여름철의 무더위, 전기 절약 등의 캠페인으로 점차 정장이 힘을 잃어 가는 동안 IT 기업 등은 청바지 차림이 오히려 대세를 이루기도 했다. 중 고등학교도 교복에서 탈피 하여 자율적인 복장이 허용되면서 의류 시장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토요일 휴무제가 자리 잡히면서 아웃도어 용품이 가세하기 시작했다. 아웃도어 의류들이 중 고등학교에서 마치 교복처럼 유행하기도 했다. 해외여행을 갈 때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웃도어 의류가 대세로 등장했다. 골프 의류는 초기에 기능성을 겨냥했다. 그런데 패션이 독특하게 눈길을 끌면서 자연스럽게 필드 뿐 아니라 일상을 공유하는 겸용 패션으로 진화하게 된 것이다. 여성들이 요가할 때나 입던 야한 레깅스가 지금은 밖으로 나와 등산길이나 스트리트 룩으로 진화 한 것도 일상 겸용으로의 진화다.

# 골프에 대한 선망

미국만 해도 큰 돈 안 들이고 골프를 즐길 수 있는 퍼블릭 골프장이 많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골프는 성공한 사람, 돈 있는 사람들만이 즐기는 스포츠라는 인식이 굳어져 있다. 한번 라운딩하러 나가자면 몇 십만 원이 들고, 시간도 많이 잡아먹는다. 골프장까지 가려면 승용차도 필수다. 그래서 골프는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사치 소비의 대상이었다. 공무원들이 골프장에 갔다고 비난 받는 사례가 종종 보도 되었다. 한번 라운딩 하려면 돈이 많이 들으니 접대성 골프도 입방아에 올랐다. 돈 있는 사람들이 골프를 즐기면서 럭셔리 패션에도 당연히 지갑을 열었다. 이제는 골프도 대중화 된 셈이다. 골프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국민 소득도 늘었다. 서울 아파트 한 채 값이 평균 10억원대로 올랐다. 동네골목마다 값비싼 외제차 들이 즐비하다. 지갑이 넉넉해지면 무난하지만 개성이 없었던 캐주얼 웨어, 너도 나도 다 입고 다니는 후줄근한 아웃도어 웨어에서 럭셔리하게 차별화 하고 싶은 욕망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자면 디자인이 독특하고 세련미가 돋보이는 골프복으로 눈이 가게 되어 있다. 여기에 골프 브랜드의 옷을 입으면 골프 치는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갖는다. 일상에서는 여성들의 바지가 보편화 되면서 짧은 스커트를 입은 젊은 여성들 보기가 어려워졌다. 체격 조건이 좋아진 젊은 세대의 여성들이 골프웨어에서 쭉 빠진 다리 각선미를 뽐내면서 골프웨어의 매력을 더해주고 있다. 원래 고급 골프장은 드레스코드가 있다. 반바지는 안 되고 서양에서는 정장을 요구하는 곳도 있다. 그만큼 고급 사교장의 이미지가 있다. 골프장에 소형차를 몰고 갔더니 정문에서 경비가 막더라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 하이브리드 진화

젊은이들의 문화지만, 힙합문화라는 것이 있다. 원래 미국의 힙합음악에서 왔지만, 힙합이란 단순하게 음악적 의미로만 국한되지 않고 음악과 춤, 패션, 스타일, 그리고 사상까지 모든 요소들을 포괄적으로 아우르는 일종의 라이프스타일 개념으로 볼 수 있다. MZ 세대가 힙포먼스 스타일이라고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내고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는 중이다. 골프 웨어의 디자인 트랜드도 이런 새로운 개념의 디자인을 창출해 냄으로써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연령대별로 구별되어 있던 패션이 전 연령대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패션은 겸용 또는 다용도화 되는 흐름을 보였고 골프 웨어도 그렇게 되고 있다. 골프장에서만 입는 옷이 아니라 골프도 스포츠의 한 가지이므로 스포츠웨어의 특성을 가져야 한다. 스포츠웨어의 특성은 기능성이다. 몸의 움직임이 커도 잘 늘어나고 땀의 흡수, 발산도 필수다. 애슬레저 룩이라 해서 모든 종류의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입는 옷으로 진화 하고 있다. 그러면서 스트리트 룩과 일상복의 범위까지 골프웨어 룩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가 한가지 에너지로 엔진 추진력을 얻다가 두 개 이상의 원료로 엔진을 가동시키는 하이브리드 카가 나왔듯이 겸용의 개념이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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