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고양이 밥그릇이 깨끗했던 이유를 알게 되었네요. 오늘 그 정체를 알고 웃음이 나왔습니다. 강화집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고양이 밥그릇부터 확인하곤 밥에다 생선을 섞어서 놓아줍니다.

언제부터인지 밥그릇이 깨끗하고 밥알 한 톨 없이 비워져 있었답니다. 이상하다 했어요. 이전에는 고양이가 자주 들락거리며 조금씩 먹고 가니까 밥그릇에는 항상 흔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릇을 깨끗하게 씻은 후 다시 밥을 담아 주곤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말끔해지는 밥그릇이 궁금했지만 확인할 방법은 없었습니다.

배가 고파서 다 먹었겠지 했습니다. 어제는 친구와 외부에서 식사를 하곤 불고기가 남았길래 고양이를 주려고 챙겨왔답니다. 흰밥에 섞어서 접시에 많이 담아 놓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또 밥알 한 톨 없는 빈그릇만 보였습니다. 갑자기 이렇게 깨끗하게 먹었다는 거야? 미심쩍었지만 어쩔 수 없이 지나쳤습니다.

오늘은 어제 남은 밥을 또 많이 담아 집안에서 잘 보이는 곳에다 밥그릇을 두었습니다. 고양이가 올 것이라 예상했는데, 잠시 후, 새 한마리가 오더니 맛있게 먹기 시작합니다. 곧 이어, 친구들이 떼거리로 몰려와 아예 그릇 안에서 밖에서 쪼아먹기 바쁩니다. 살며시 쳐다보니 인기척을 아는지 부지런히 들락거리며 배를 채웠는지 날아갔습니다.

아! 귀여운 너희들이었구나. 가끔은 새소리가 예뻐서 상하지 않은 밥, 쌀, 보리 등을 휙휙 뿌려주곤 했는데 간이 된 밥을 먹는다곤 생각 못했습니다. 고양이가 집 주위를 맴돌면 쥐와 뱀의 접근을 막아준다는 말을 듣곤 길고양이 두마리에게 열심히 밥을 챙겨주다 보니 정이 들었거든요. 매일 챙겨주지 못하니 있을 때라도 많이 담아서 놓아줍니다.

고양이도 처음에는 서로 마주치면 얼른 달아났는데, 이제는 밥을 먹고 나서는 저만치서 잠시 머물다 눈 맞춤도 해주고 갑니다. 갑자기 챙겨주어야 할 식구가 늘어났습니다. 생태계의 순리대로 너도 먹고, 새도 먹고 그들대로 잘 살아가겠지 생각해 봅니다. 가끔 새들도 챙기고 차라리 고양이 밥은 사료로 바꿔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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