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집의 추억을 얘기하며

집 근처 작은 도서관에서 임수진 작가의 '안녕 나의 한옥집'으로 북 토크가 열렸다. 작가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국어 교사 생활을 잠시 하다 고국을 떠나 미국에서 이민 생활을 하며 집필한 책으로 우리와 만남을 가졌다. 책 서문엔 우리에게 익숙한 시인 나태주님의 격려의 글이 있었다. 의사인 남편과 두 자녀와 함께 그녀는 타지 생활을 하며 그리움으로 가득찬 가슴 속 이야기들을 유년의 기억 속에서 끄집어 내어 무지개빛 무늬를 넣었다.

맞아, 맞아 함께 자리한 사람들은 그녀의 대가족이 살았던 아름답고 선명한 한옥집의 기억에 맞장구를 치며 동감을 표했다. 딸처럼 기특하고 어여쁜 그녀가 살던 공주에 위치한 한옥을 상상하고 함께 어린 시절로 돌아가 이야기를 나누며 짧은 시간을 아쉬워했다. 우리는 그녀와 함께 재래식 화장실을 다녀왔다. 밤 하늘에 빛나는 별을 쳐다보고 흔들리는 이를 뽑아 지붕에 올렸으며 할머니 방 문턱을 넘어 벽장 속에 가득했던 사탕도 먹었다. 그녀는 누구나 갖고 있을 기억하는 흑백사진 속의 오래된 추억을 하나씩 꺼내어 글을 쓰라고 권했다.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는 길 위의 삶에서 쌓은 기억의 탑이 얼마나 높고 많은가. 때로는 아팠고. 어느 날은 기뻤다. 견디고 보내고 새로 맞아들인 시간들을 기억하자. 그리고 시작하자. 내 인생의 소중한 베스트셀러를 장만할 일이다. 그리 아니함 어떠랴. 잠시 이 탁한 공기를 멀리하고 자신의 과거를 웃으며 이야기 하자. 개구장이 소녀, 꿈 많던 빨강머리 앤처럼 잠시 나만의 공간으로 돌아가 행복을 맛보면 좋지 않겠는가.

나태주/추억

어디라 없이 문득

길 떠나고픈 마음이 있다

누구라 없이 울컥

만나고픈 얼굴이 있다

저작권자 © 시니어 타임스(Senior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