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아무리 눈을 부릅뜨고 계속 쳐다본다 해도 다 볼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초록으로 변하고 꽃이 피는 봄을 보면서 문득 든 생각이다. 봄(春)은 봄(視)이던가! 정말 순간인 것 같다. 봄은 청춘이다. 꽃이 피어 봄이 온 건지 오는 봄을 알고 꽃이 핀 건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으나 앞 다투어 피는 꽃들을 보면 청년의 가슴으로 설렌다.

?청년 정신, 마음의 청춘은 영원하지만 요즘은 나이에 상관없이 그런 사람을 찾아보기도 만나기도 힘들다.(내 주위에는 없는 건가?) 청춘의 실종이다. ?불과 1년 전부터 속정(情)이 든 브로맨스처럼 빈번하게 소통하고 있는 목포시에 소재(所在)한 어느 국립대학 학장으로부터 외부 초청 강의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려고 수강(受講) 대상자(32기)의 커뮤니티(단체 카톡방)에 필자(筆者)의 토요편지 제846호를 올리면서 21일 특강(特講) 예정인 무명(無名)의 강사(講師)를 홍보(?)하기 위해 매주 2~3권의 책을 읽고 16년간 편지를 쓰고 있는 대단한 열정의 소유자, ‘칠순의 청년‘이라고 소개했다는 톡이 날아왔다. 나도 모르게 옳거니 무릎을 쳤다. 강사에 대한 광고나 홍보가 아니라 그의 강의에 대한 관심과 수강생들에 대한 애정이 보석처럼 빛났기 때문이다.

?교육자로서 요즘 드물게 청년 정신을 지닌 그에게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응원하고 격려하기 위하여 즉시 답을 보냈다. “칠순의 청년이 맘에 듭니다. ㅎㅎㅎ“ “저도 딱 어울리는 단어를 찾은 거 같습니다. 맘에 드신다니 더 기쁩니다.ㅎㅎㅎ" 나이를 막론하고 지위 고하를 불문(不問)하고 배움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아직도 청춘인 사람들과 건강한 카톡을 주고받으면 꽃구경이라도 하는 것처럼 인생이 청춘이라는 생각이 화사하게 밀려온다. 가는 세월 그 누가 막을 수 있으랴? 불가능하지만 나이는 천천히 들고 싶다. 삶이란 스스로의 속도로 자신만의 나이를 얻는 과정이다. 해를 넘길 때마다 하나씩 더해지는 나이는 어쩔 수 없더라도 행동이나 태도는 그렇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하늘을 찌를만큼 충만하기에 청년처럼 살려고 노력 중이다. 숙성(宿醒)된 청춘의 나이테, 그 연륜(年輪)이라야 진정한 나잇값이 아니던가.

나이(65세 이상)에 따른 합법(合法)의 지하철 공짜를 자의적(恣意的)으로 거부하며 자주 이용하는 지하철에서 정말 어쩌다 자리를 양보하는 예의바른 젊은 청춘을 만나면, 자리에 앉아 있을 만큼 나이가 그리 많지 않다고 손사래 치며 꽃처럼 웃는다. 청춘도 거울처럼 따라 웃는다. 자리에 앉아 다리를 떠는 젊은이를 보면 운이나 복이 달아난다고 핀잔을 쏟아 붓고 싶지만, 오지랖 넓은 할배나 꼰대처럼 보일까 싶어 애써 말을 삼킨다. 그리고 또 임산부를 위한 자리에 버젓이 앉아 있는 사람에게 발길질이라도 하고 싶지만 내 발을 꼭 붙잡고 참아 내는 요즈음이다.

데면데면한 비대면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움츠러든 우리 마음에 봄이 오고야 말았다. 달리 말하면 청춘이 온 것이다. '사무엘 울만'은 그의 시 '청춘(Youth)'에서 "청춘이란 강인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는 열정....인생의 깊은 샘물에서 오는 신선한 정신, 유약함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安易)를 뿌리치는 모험심"이라고 썼다. 인생에 정답은 없겠지만 좋은 답이다. 늘 배우고 또 배워도, 인생 최고의 명작(名作)은 언제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그 무엇을 시도하기에 늦은 나이란 없는 법이다. 우리의 삶은 지식이 아닌 태도로 증명하고 완성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춘도 꽃도 너무 아름다우면 지는 것이 서러운 법이다. 그저 웬만큼만 곱게 피었으면 싶다. 봄은 생명이고 창조이며 출발이고 축복이다. 그리고 젊음이고 청춘이다. 청춘은 가끔씩 아프다. 하지만 날마다 아름답다. 나태주 시인의 시집 제목처럼 "봄이다,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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