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 없음의 ‘넷플릭스’ TV 드라마를 어떻게 보는지도 몰랐다. 물론 가입한 적도 없다. 그러나 요즘 뜨거운 ‘오징어 게임(Squid Game)’만은 외면할 수 없었다. 옆 사람의 도움을 받아 드라마를 보게 되었지만 첫 편부터 마지막 편까지 묘한 중독(中毒)에 갇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관객은 실감이 나야 몰입(沒入)한다고 했다. 초록색 추리닝을 입고 응원하고, 초등생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동심의 게임들을 등장시키고 어느 날 없어져도 아무도 관심 갖지 않을 것 같은 루저(패배자)들의 이야기다. 이들은 ‘어두운 사회 현실을 거울처럼 비추면서 살기 위해 목숨을 건다‘는 역설(逆說)의 게임에 마지막으로 자신을 내던진다. 루저들의 피비린내 나는 목숨 잔치다. 일확천금이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다. 참가한 루저에게 다른 선택권은 없다. 상금 456억원을 놓고 456명이 벌이는 치열한 ‘생존 게임‘으로 최종 1명만 승리를 해 상금 456억원을 모두 가져가고, 패배한 참가자들은 아무것도 못 가져가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승리하기 위해 저마다 머리를 굴리는 제로섬(zerosum) 게임 방식이다. 9월17일 공개 이후 한국 콘텐츠 최초로 넷플릭스 '오늘의 톱10' 1위에 올랐고, 전 세계 TV 프로그램 부문에서도 1위를 차지하는 등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고, 흥행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비디오 대여점으로 시작했던 "넷플릭스의 국제화 전략이 쉽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은 이 일을 잘 해 나가고 있다. (오징어 게임의 성공은) 아주 인상적이며, (내게) 영감을 준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10월 3일 자신의 트위터에 쓴 말이다. 오징어 게임의 1번 참가자 ‘깐부’ 할아버지 오영수는 "우린 깐부(딱지나 구슬을 서로 나누는 짝꿍이라는 뜻의 은어)잖아"라는 명대사와 함께 퇴장하며 긴 여운을 남긴 6화에 대해 미 포브스지(誌)는 "올해 본 TV 에피소드 중 최고"라고 했고, 각국 유튜버들은 이 장면을 보고 울음을 펑펑 터뜨리는 리액션 영상을 앞다퉈 올렸다. 그가 말하는 '오징어 게임'은 "진정한 승자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이루면서 내공을 지니고 어떤 경지에 이른 사람이다. 오징어 게임 마지막에서 1등을 한 주인공의 공허한 뒷모습을 생각해 보라. 그게 어디 승자로 보이던가? '승자'가 승자가 아니고 '패자' 역시 패자가 아니라는 주제를 드라마는 담고 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오징어 게임’의 메시지는 자본주의 사회의 치열한 경쟁과 불평등이다. 선(善)함과 악(惡)함이 미묘(微妙)하게 배합(配合)된 놀이와 도박(賭博)의 판타지, 게임의 승패(勝敗)에 따라 즉시 죽고 사는 드라마로 잔인하고 위험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여름의 매미가 여기저기서 동시에 울어대 듯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전 세계가 말하고 있다. 덕분에 K콘텐츠는 가장 대표적인 수출품 중 하나가 됐다. ?사업은 자본과 조직이 있어야 성공한다지만,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면 성공한다는 것을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오징어 게임‘에서 증명했다. 김성수 문화 평론가는 “대중 문화 콘텐츠는 친숙하면서도 새로워야 성공할 수 있다“며 “많은 사람이 격리된 공간에서 생존을 걸고 혈투를 벌인다는 오징어 게임의 플롯은 보편적인 것이지만 전혀 새로우면서도 거부감은 들지 않는 한국적 소재로 차별화한 것“ 이라고 했다. 필자(筆者)도 어렸을 때 땅거미 드리울 때까지 즐겼던 게임들이 대부분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들이 세계적인 소구력(訴求力)을 갖는다. 2008년에 드라마를 기획하였지만 여론의 황당하다는 반응에 엄두를 내지 못하였으나 13년 흐른 지금은 가상화폐, 부동산, 주식, 코인 등 모두 일확천금을 노리고 살벌한 서바이벌이 잘 어울리는 세상이 됐다. 대박 신화의 화천대유처럼 한탕을 노리는 경연대회가 매일 벌어지고 있다는 우울한 시대를 대변한 것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코로나 팬데믹 이후 심화된 빈부 격차, 백신 디바이드 등으로 국가 간 격차까지 심화된 상황“을 인기의 비결로 꼽았다. 우둔한 筆者의 생각으로는 名作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괴작(怪作)이나 망작(亡作)은 아니다. 시즌 2가 기대되는 이유다.

‘오징어 게임’, 드라마에 나오는 게임 중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영어 번역(飜譯)은 ‘Red Light, Green Light'다. 사는 일이 아무리 팍팍해도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순간의 Green Light는 누구에게나 있다. 11월1일부터 시작되는 위드 코로나 시대의 Green Light를 통해 이 세상 모든 ‘깐부’들의 새로운 일상이 활짝 피어날 것이라는 상상(想想)만으로도 ○△□의 뽑기 K푸드 ‘달고나’보다 더 달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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