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에서


"어른으로 봐주니 어른인 척 산다" 얼마 전 모 연예인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말이다. 실제 그는 아이돌 가수였다. 상큼발랄 톡톡 튀는 노래를 부르던 그는 나이 사십이 넘어서도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외모는 거의 변한 게 없다. 단지 나이를 짐작하곤 잠시 놀랄 뿐이다. 의술이 발달해서일까? 화면 속 연예인은 외모가 늘 그대로다. 그가 한 말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아니 100프로 공감한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엄마 엄마 부르고 다시 그 아이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다시 그 아이가 할머니 할머니 부르니 나도 그런 줄 안다. 그런데도 한번씩 '아, 내가 할머니지....' 혼란스럽다. 뭔가 이제는 행동도 할머니스러워야할 것 같고 말투도 할머니스러워야할 것 같고 가볍게 촐랑대면 안될 것 같다. 우리 엄마도 이렇게 어른이 되고 이렇게 할머니가 되었을까? 하긴 80넘은 울엄마도 나하고 통화할 때 보면 영락없는 소녀다. 코로나19로 면회가 금지된 요양원에서 자식들이 왜 안 오나 눈만 꿈뻑일 우리 아버지도 그랬겠구나. 이렇게 남들이 불러주니 다 늙은 할아버지인 척 그저 어른인 척 했겠구나. 어른인 척 하다보니 정말 할아버지가 된 거지. 그 나이 되어봐야 안다더니 남들이 아무리 어른으로 봐도 때때로 그 안에 아이가 있다는 것을 알겠다. 그 아이는 어릴적 깨복쟁이 친구를 만나면 영락없이 깨어나지. 주름마저 흘러내린 얼굴을 탱글탱글 볼 빨간 아이로 봐주면서 너냐 내냐 웃는 친구. 그러다간 다시 언제 이리 주름이 늘었누 서로 애잔해 하지. 맞아. 우리는 모두 그렇게 살고있지. 어른으로 봐주니 어른인 척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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