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풍경이 있는 텃밭 모습
텃밭 가는 길에는 여러 풍경이 있다.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의 개성이 각각 다른 탓이다. 그래서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모든 세상이 풀빵 구워내듯 똑같으면 얼마나 재미없을까? 사람마다 모습도 성격도 다 다르듯 그가 만든 작품들도 다르다.
이 밭의 주인이 봄에 심었던 미나리꽝은 몇 차례 수확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건재하다. 베어 먹으면 또 자라고 또 자라 10월이 가까워 오는데도 끄떡 없다. 영화에서 보여준 ‘미나리’의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준다.
토란을 심은 밭도 있다. 토란은 크면 사람 키 만큼이나 큰다. 토란 줄기는 말려 두었다가 육개장을 만들 때 필수요소다. 식이섬유가 많아 다이어트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외떡잎식물로 토란은 넓적한 잎을 가지고 있어 어렸을 때 우산처럼 쓰기도 했던 추억이 있다. 넓적한 잎 하나 달랑 들고 있는 게 귀엽다. 마치 순천만 습지에서 본 수컷 농게가 들어 올린 비대칭으로 큰 다리 같다.
이 조그만 텃밭에 폼 잡고 있는 허수아비의 모습은 앙증맞기까지 하다. 하기야 어디서 날아오는지 참새떼가 우르르 몰려다니곤 한다. 하지만 꼬마 야구 선수 같기도 하고 귀염둥이 어린아이 같기도 한데 참새가 겁이나 먹을까 모르겠다.
강낭콩이다. 조그만 밭의 대부분을 강낭콩에 할애했다. 한여름 따가운 햇볕에 잘 여물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아마 어렸을 때 강낭콩 밥을 해 주시던 어머니가 그리웠나 보다. 여간해서 이렇게 강낭콩을 심기가 어려운데 과감하게 강낭콩을 선택한 것을 보면 남다르다.
나는 아욱국을 좋아해 아욱을 심었다. 봄에 뿌렸던 씨앗이 남아서 뿌렸더니 수북이 자라났다. 얼마 되지 않지만, 가을에 먹는 아욱국은 얼마나 맛있을까 기대가 된다. 아마 전날 술이라도 한잔 한다면 속쓰림을 확 풀어줄 것 같다.
어렸던 배추가 이렇게 자랐다.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며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청소년을 보는 것 같다. 머지않아 충분히 흡수한 영양소를 겹겹이 쌓아 저장할 것이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영양소를 보관하는 법을 알아 단단하게 노란 속으로 채울 것이다.
김장용 무를 간격을 두고 심고나서 남은 무씨를 골을 타고 뿌렸다. 중간에 솎아 열무김치라도 담궈 먹기 위해서다. 수북하게 탐스럽게도 자랐다. 아삭아삭 맛깔나는 열무김치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집으로 돌아가는 텃밭 위로 저녁 노을이 불탄다. 어떻게 저 넓은 하늘을 붉은 물감을 칠한 듯 물들일 수 있을까?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고 인간 두뇌가 뛰어난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한 번도 똑같은 하늘은 없다. 자연의 신비로움과 위대함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저 저녁 노을처럼이나 아름답게 세상을 살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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