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늙어 보시라

“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 가벼운 노랫말이 아니다. 철학자(哲學者)들의 고유한 어법(語法)이거나 형들의 입담은 더욱 아니다. 가끔 탄식(歎息)처럼 입 밖으로 튀어 나온다. 요즘 부쩍 늘었다. 나이든 ‘어르신’들만 그럴까? 결코 아닐 것이다. 언젠가 어르신이 될 MZ 세대 또한 다르지 않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패륜적(悖倫的)인 말이나 행동을 지탄(指彈)함에는 이구동성(異口同聲)이다. 세대를 초월한다. 인공지능(AI) 장착(裝着)한 로봇병사들이 전쟁을 수행(遂行)하는 최첨단 21세기, 유교(儒敎)의 도덕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삼강오륜(三綱五倫)’을 논(論)하는 것은 고리타분한 ‘아재’들의 추억일 수도 있지만 그동안 사회 윤리로 존중된 '장유유서(長幼有序)’는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삭제(削除)되지는 않을 것이다. 예컨대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은 구시대(舊時代)가 남긴 유물(遺物)이 아니다.

?가을바람이 불던 사흘 전, 우리 민족의 전통과 자존을 산산조각으로 만들었던 설화(舌禍) 사건(?)이 혼탁한 정치판에서 일어났다. 광복회 고문 변호사인 정 모(某) 변호사는 9월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부의 대일 외교에 대해 비판이 아닌 비난을 쏟아냈다“며 “이제는 저 ‘어르신’ 좀 누가 말려야 하지 않을까. 자녀들이나 손자들 신경 좀 쓰시길“이라며 “이래서 오래 사는 것이 위험하다는 옛말이 생겨난 것“이라고 일갈(一喝)했다. 그가 말한 ‘어르신’은 김태길, 안병욱 교수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 1세대 철학자로 꼽혀온 김형석 교수님이시다. 101세를 사시는 청춘이다. 똑똑한 싸가지들이 활보하는 요즘 정치판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뭐(?) 밟은 것처럼 더럽고 귀를 씻기도 힘들다. 기가 막힌 일이다. 아직은 전통적인 ‘효(孝)’와 ‘인(仁)’이 세상을 지탱한다면 정 변호사의 막말은 소름끼치는 폭언(暴言)으로 세대 간 갈등(葛藤)을 부추기는 사회 통합의 악재(惡材)다. “오래 사는 것이 위험하다“ 필자(筆者)의 귀를 의심하면서 문득 생각나는 글귀가 있었다.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보다 못하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는 누구나 아는 고사성어다. 다시 말해서 여러 번 말로만 듣는 것은 실제로 한 번 보는 것보다 못하다는 뜻으로 출처는 한서(漢書) 조충국전(趙充國傳)에 나온다. 한(漢)나라의 선제(宣帝) 때 강족(羌族)이 흉노족과 연합하여 한나라를 공격했다. 宣帝는 신하들을 불러 모아 대책을 의논했다. 당시 趙充國의 나이는 70여 세였는데, 일찍이 무제(武帝) 때 이광리 장군의 직속 부하로 흉노 토벌에 출전하여 전공을 세웠고 거기장군에 임명된 명장이었다. 한나라의 宣帝는 그가 너무 늙었다고 생각하여 어사대부 병길(丙吉)을 시켜 조충국에게 누구를 장군으로 삼는 것이 좋겠는가 묻게 했다. 조충국이 대답했다. “이 늙은 신하보다 나은 자는 없습니다.” 이 말을 들은 황제가 다시 사람을 보내 물었다. “羌族 오랑캐 상황은 어떠하며 군사는 몇이나 필요하다고 보는가?” 조충국이 답했다.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보다 못합니다. 군사란 먼 곳에서 짐작하여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신이 금성(金城)을 방문하여 그 지형(地形)을 그리고 방략(方略)을 세우겠습니다. 하지만 ‘羌族’은 보잘것 없는 오랑캐에 불과합니다. 하늘을 거스르고 반란을 일으켰으니 오래잖아 멸망하게 될 것입니다. 원컨대 폐하께서는 이 일을 이 늙은 신하에게 맡기시고 아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宣帝는 웃으며 허락했다. 조충국의 말에서 ‘百聞不如一見’이 유래했다. 이 고사성어(故事成語)의 융숭(隆崇)한 깊은 의미는 설원(說苑)의 정리(政理)에서 찾아볼 수 있다. "부이문지불여목견지(夫耳聞之不如目見之), 무릇 귀로 듣는 것은 눈으로 직접 보느니만 못하고, 목견지불여족천지 (目見之不如足踐之), 눈으로 보는 것은 발로 직접 밟아 보는 것만 못하며, 족천지불여수변지(足踐之不如手辨之). 발로 밟아 보는 것은 손으로 직접 판별해 보는 것만 못하다. 인시입관, 여입회실(人始入官, 如入晦室), 구이유명(久而愈明), 사람이 처음 벼슬길에 나서는 것은 마치 캄캄한 밤에 방에 들어가는 것과 같아, 한참이 지나야 밝아진다. 명내치 치내행(明乃治, 治乃行). 밝아지면 다스려지고, 다스려지면 행해진다."

윗글을 정독(精讀)하다 보면 무릎을 칠만한 삶의 교훈이 뼛속까지 스며든다. 나잇값이 다 같을 순 없겠지만 80세가 ‘적정 수명’이라며 부모 같은 어르신에게 패륜적 불경(不敬)을 저지른 정 변호사에게 윗글의 ‘久而愈明’은 우이독경(牛耳讀經)이겠지만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은근한 타이름도 공염불(空念佛)이 될 것이기에 ‘당신도 늙어보시라‘는 말을 꿀꺽 삼키며 세월을 이길 수 없는 인간의 늙음을 어찌할 것인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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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유서(長幼有序)#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패륜적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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