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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는 남학생들이 교복 왼쪽 가슴에 자신의 이름을 기계수로 새기고 다녔다. 그런데 하루는 버스에서 한 무리의 여학생들이 한 남학생의 명찰을 보고는 '킥킥'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더란다. 얼굴이 빨개진 남학생의 왼쪽 가슴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단다. "임신중" 성은 '임'씨에 이름은 '신중'인데 따로 떼어놓고 보면 문제가 없는데 붙여놓으면 이게 영 이상해진다. 그 남학생은 여성도 아니면서 평생 '임신중'이니 얼마나 당혹스러운 일인가 말이다. 내게도 살아오면서 이름 때문에 생긴 에피소드가 있다. 현재는 안일물류고등학교가 됐는데 1980년대 안일여자종합고등학교였던 이 학교는 안중에 있었다. 이곳에 1981년 3월부터 1984년 2월까지 3년을 근무하고 1984년 3월 2일자로 P여고로 전근했다. 그때 나랑 같이 P여고로 발령받은 분은 '김보배' 선생님이었다. 과목이 교련인 보배 선생님은 이름 값을 톡톡히 하는 보배로운 선생님이었다. 학과공부면 학과공부 생활지도면 생활지도 등 매사를 똑 부러지게 잘하는 열정적이고 능력있는 분이었다. 보배 선생님이 평택여고로 옮기고 안일여고에는 후임으로 '위숙희' 선생님이 발령을 받았다. 그러자 성격이 남자같이 걸걸한 여교장 선생님이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이렇게 말씀하셨단다. "보배소주가 가니까 소주보다 더 좋은 위스키가 온다." 라고.....세월이 흘러 어느덧 2000년대 중반이 됐다. 그날은 평택중학교 교장 선생님의 퇴임식이 있는 날이었다. 그날의 주인공은 바로 안일여자종합고등학교의 교장 선생님이었던 '이재열' 선생님이었다. 한창 퇴임사를 하던 도중에 이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 여자의 몸으로....." 그러자 내 옆에 서있던 남선생님 두 분이 눈이 휘둥그래져서 자기들끼리 수군대고 있었다. "여자래!...." 그 광경을 보고있자니 너무 재밌었다. 아니 그럼 퇴임하는 교장 선생님이 여태 남자 선생님인줄 알았던 거야. 하긴 이름은 남자 이름인 '이재열'에다 얼굴은 거무티티하고 거의 바지정장을 입는 데다가 목소리까지 걸걸했으니 그들이 오해할 만도 했다. 아마 그들은 그들이 근무하는 학교의 교장 선생님을 대신해서 온 분들이 아니었을 까 싶다. 또 P여고에 근무할 때 있었던 에피소드다. 연구과 부장선생님은 국어 과목 선생님으로 이름이 '신무식'이었고 계원은 과학 과목 선생님으로 '신현명'이었다. 이름의 하모니가 완전 절묘했다. 아마도 그렇게 짝짓기도 힘들었을 게다. 계원은 현명한데 부장님은 무식하다니. 글자의 의미가 아무리 좋아도 이름으로 '무식'이는 좀 그렇지 않나 싶다.

?1970년대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에 근무하던 꽃다운 20대 시절이었다. 내가 근무하는 교양학과 과장님이신 조성지 교수님께 그 당시 농대에서 유명세를 떨치던 원예학과 류달영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조성지 교수님은 평생 정교수가 되지 못하고 조교수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라고. 시간 강사, 전임 강사, 조교수, 부교수, 정교수로 나뉘어지는 교수 직급을 성씨와 접목한 농담이었다. 그날은 농대 강당에서 행사가 있는 날이었는데 강연 도중에 나온 류 교수님의 농담에 강당은 일시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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