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사람에게 행동반경을 규제한다는 것, 그게 무슨 강제 조건이 될 수 있겠나 했다.

시골에서 깨끗한 공기의 보호막에서 살고 있는데 공기전염병쯤이야.... 그것도 실제로 경험하지 못한 사람의 단순한 무지였다. 늘 하든 생활습관 대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내가 동참한 모임도 휴식한다는 메시지가 날아들면서 자연 바람도 좋지만 사회 바람도 필요한 것이 사회적인 동물인 인간의 기본욕구인데 그것들이 좌절되는 기회가 은근히 많다. 어제는 마트에 갔는데 내가 그런 생각을 해서인지 마트의 상품 진열장이 좀 허술해졌다는 느낌도 들었다. 실은 주말에 뉴욕의 아들과 통화했는데 코스코의 상품도 줄었고 한국 식료품점에 쌀이 없더라는 말을 하여 깜짝 놀랐다. 그 말 끝에 나도 조금은, 적어도 보름치는 준비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 시장 간 거였다.

모임이 캔슬되면서 시간은 헐렁헐렁 촌놈의 핫바지 마냥 무료한 모습이 되었다.

책을 들게 되었다. 델리어 오언스의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읽었다. 처녀작이 70세라든가? 정확한 나이는 아니겠으나 아무튼 우리의 환갑은 지난 나이란 게 나를 감동케하고 자극과 영감을 동반한다. 그것도 상당이 긴 기간 책은 베스트셀러였고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다니 흥행에도 성공작이다. 첫 출판에 그런 성공을 거두다니? 부럽고 약간 질투심도 생긴다.

원래는 야생동물학자였다. 소설은 습지에 대한 이야기다. 환경문제를 재미있는 픽션으로 만들어 낸 놀라운 재능이다. 소설 속에서 신사도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습지에 보호자 없이 내동댕이 쳐진 5세 영아의 자연과 함께가는 인생 여정이 너무 생생하게 잘 표현되었다. 그리고 자연과 인간관계의 생명성이 피부로 실생활처럼 느끼게 해 주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었던 습지가 유명한 관광지로 탈바꿈되는 사회 인식의 변천하는 모습이 한 줄 그림 문장이었다.

마침내 수컷의 마지막 앞다리가 암컷의 입안에서 툭 튀어나왔을 때도 머리 없고 심장 없는 하체는 완벽하게 리듬에 맞춰 교미했다는 표현이 있다.

이 소설에서 여주인공 카야는 사랑하였던 애인, 변심한 전 애인으로부터 강간 수준의 성강요를 받게 된다. 그 후 카야는 완벽한 계획으로 남자를 살해하게 된다. 재판 과정이 여러 페이지를 할애하여 상세하게 표현되는데 그 과정에서 카야의 태도에는 전혀 죄의식을 보이지 않는다. 정규교육은 단 하루든가 일주든가 받았다. 카야의 인식 체계 가치관은 오로지 자연과의 관계에서만 이루 졌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가족도 없었다. 사회 영향도 아주 미미하였다. 카야가 자연에서 배운 인식이나 가치나 도덕이나 질서에서는 강간하려는 남자를 살해했음은 자기방어이며 본능이고 생존의 법칙이든가 싶다.

나에게는 이 두 부분을 연결하여 긴 시간 생각할 기회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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