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 국가 대표, 내 아들

?큰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1학기가 며칠 남지 않은 날이다. 전학기 동안의 학사 결과인 성적표를 학부모가 담임으로부터 받는 날이다. 아직 저학년이라 숙제도 챙겼고 시험지마다 점검했다. 틀린 문제는 아이가 이해하지 못하여 틀렸나 아니면 덜렁거리는 태도로 시험 치렀기에 실수인가를 반드시 체크했다 이해하지 못하여 틀린 문제라면 이해를 시켜 내가 출제한 문제로 테스트하여 완전히 이해하도록 도왔다

뿐 아니라 저학년의 보통의 다른 아이들이 그렇듯이 박하게 잡아도 평균 90점은 되었다 나는 아이가 그 정도면 학습 진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싶어 성적은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잘 하고 있다고, 그만하면 기본 머리는 내가 잘 낳아주었으니 이담에 고학년 올라가면서 스스로가 의욕만 있으면 되겠다는 가벼운 생각을 하였는데,

?담임은 홍두깨 내밀듯 성적이 부진하다는 걱정이다 나는 너무 놀라 아이가 집에 가져온 통신 외에 다른 학교생활을 테스트한 게 있습니까?

그런 건 아니고, 그 정도로는 반에서 겨우 중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저는 만족하겠습니다 아직은 석차보다는 학습 진도를 따라가기만 하면 되니까요. 집에 돌아와서 생각하니 은근히 부아가 났다.

초등 교사인 친구 동생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언니 미련 떨지 말고 봉투 가져가요. 왜 멀쩡한 아들 병신 만들려고 해요. 끝내 나는 봉투란 걸 들고 학교에 가지는 않았다. 그 사건 후 몇 달 지나지 않아 아이는 영국 학교로 전학한 거다. 영어를 전혀 모르면서 전학하였으니 다른 과목은 금방 결과가 나올 수 없다 수학은 더즌 dozen 단위다. 한 장에 열두 문제가 있다 그 문제를 풀고 나면 같은 수준의 문제를 주는데 이렇게 열두 장을 풀고 나면 그 윗 단계의 문제를 준다. 그러니까 한 반에서도 수학의 진도는 개인별이 된다.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윗 학년의 수학을 공부하게 되어있다.

?한 학기가 지났다. 맨송맨송하게 아무런 마침표도 찍지 않고 방학에 들어갔다. 수영하겠다기에 아이들 데리고 클럽에 놀러 갔다 열 댓 명은 될 듯한 여러 나라 엄마들이 클럽의 수영장 둘레의 파라솔 아래서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와 애들을 보더니 쑤군거린다. 내 등 뒤의 말들이 선망과 친화적인 마음 그리고 놀랍다는 의미란 것을 왜 그렇게 빨리 감지했는가는 나도 설명할 수 없다 특히 내 아이들을 바라보는 눈길이 어찌나 따스한지 고맙다고 손잡을 뻔했다.

?수영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아저씨들이 와 있다 이미 무게가 나가는 아이들을 둥개둥개 두둥개다. 잘했다 착하다 고맙다 그럼, 한국인이 최고라야지, 하는 자부심과 흥분이다. 교장이 회사의 연석회의에서 30년 이상 교사 생활에서 이렇게 수학을 잘하는 아이 처음 봤다고 칭찬했단다. 

소문은 바람보다 빠르게 전 회사를 돌았다. 학교 교장은 바로 옆집의 이웃이다 교장의 부인도 아이들 학교의 교사다. 그 집에는 큰 아이 나이의 아들도 있고 하여 한 주 한 번 정도는 티타임을 갖는 사이다. 넌지시라도 아이의 우수한 학교생활을 말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함구했을까. 영국 학교는 상도 벌도 주지 않는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상벌은 은밀하게 본인에게만 알려줌으로 아이들 사이에서의 차별감이 없도록 한다 상 받지 못한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도 상 받은 아이가 덜 익은 자부심을 가지는 것도 교육 부작용이라는 교육관인가한다. 짧은 시간이고 아주 작은 사회였지만 내 아들 국가대표 선수 잘 해주어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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