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힘들고 각박할수록 오고 가는 말뿐만 아니라 단어 선택도 신중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진부한 말일 수도 있지만 여전히 소중하다.

전국시대 한비자의 '세난(說難)' 즉 '유세(설득)의 어려움'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비지지난야 처지칙난의 (非知之難也 處之則難矣)

알기 어려운 게 아니라 아는 것을 운용하는 것이 어렵다."

말을 해야 하는 강사이기에 공감을 얻지 못하는 전달력을 늘 아쉬워하는 필자(筆者)가 무릎을 쳤던 글이다.

무더운 여름이라서 마스크 안에 땀이 차고, 코 밑에는 땀이 흐른다. 습(濕)한 기운의 긴 장마까지 답답하고 참으로 고통스럽다. 모든 국민이 무척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하는 듯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과(過)하다 싶을 정도로 마스크 착용하라고만 강요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몹시 힘겨워하는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는 듯싶다.

TV에 나오는 거의 모든 감염병 전문가들도 자가 격리 및 거리 두기, 過할 정도의 마스크 쓰기, 손 씻기나 손 소독에 대해서 등 상식적인 것만 되풀이 말할 뿐, 창조적 방역 대책은 없다.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 이틀 한 자릿수를 유지하면 진정세에 접어들었다고 말하고, 갑자기 두 자리로 증가하면 2차 대유행 조짐이라면서 성급하게 불안을 조상하며 야단법석(惹端法席)이다.

7개월째 변함이 없다.

여기저기서 하는 말들이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다. 약속한 것처럼 앵무새 닮았다. 마스크가 아니라 귀마개를 해야 할 정도다.

그러나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생태 백신, 행동 백신을 주장하는 이화여대 최재천 석좌교수는 이런 상황들이 안타까웠던지 휴가철이라고 긴장을 풀면 훨씬 더 고통스러운 가을과 겨울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면서 코로나-19사태가 장기전으로 들어가는 마당에 ‘슬기로운 마스크 생활’이 필요하다고 어른스럽게 말했다.

"열린 야외 공간이나 특별히 혼잡한 곳이 아니라면 길거리를 걸으며 공기 중에 떠다니는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感染)될 확률은 거의 벼락 맞을 확률에 가깝다. 그러나 밀폐(密閉)된 공간이나 야외라도 밀집(密集)된 상황에서 밀접(密接)하게 접촉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한다.

여럿이 가까이 붙어 있으면 야외에서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 하지만 예로부터 과유불급(過猶不及)‘, 즉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 했다. 주야장천(晝夜長川) 마스크를 쓰고 있다가 정작 써야 할 때는 턱에 걸치는 어리석음은 피(避)해야 한다."

정최 교수의 주장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에 세 가지 설득의 방식이 그대로 적용되었기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에토스(말하는 자의 진정성), 파토스(대중의 심리상태), 로고스(논리)로 설득하므로 자발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공감(共感)을 불러일으키고 행동을 자극한다.

힘들어하는 국민에게 수시로 안전 문자를 남발하며 過할 정도로 착용하라는 질본과 '슬기로운 마스크 생활'을 권하는 최 교수의 수사학(修辭學)은 접근 방법부터가 다르다.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

최 교수의 말에 귀 기울이면 얼굴과 신분을 감추기 위해 착용했던 마스크에 대한 거부감과 불편함이 사라지고, 코로나 위협과 공포에서 공동체를 지켜 주는 개인 보호용이라는 생각이 든다.

획일적인 강요보다 아리스토텔레스 설득 방식은 또 다른 행동 백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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