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희의 월요詩

산수유 가지에 꽃망울이 맺혔다. 사진:이광희 기자
산수유 가지에 꽃망울이 맺혔다. 사진:이광희 기자

또 오는 봄

아직 찬 바람이 남아 있지만
또 봄이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늦은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길가에 흔들리는 마른 억새풀, 목이 꺾인 갈대꽃
검은색의 우울한 나뭇가지들

그러나 봄은 또 온다
수많은 봄날들이 이전에도 있었지만
아무도 먼저 경험하지 않은 새로운 봄이
그 새로운 시간이 다가온다
말없이 나를 지켜보는 어떤 운명과 함께

한때는 무성했던 모든 것들에
시드는 시간이 있었듯이
이 메마르고 푸석한 석양의 그림자에도
또 봄이 다가오는 낮은 발소리
아직 찬 바람이 남아 있지만

새로운 봄이
새로운 기쁨과 행복으로 간직될 시간
새로운 슬픔으로 기억될 시간이
그리고 언젠가는 모두가 잊혀질 그 시간들이
조용히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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