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청량리역에서 용문 행 무궁화 호를 탈 때가 있다. 그 날도 빨리 가려고 표를 끊는데 좌석은 없고 입석만 있다고 했다. 그래도 돌봄이 마치는 시간에 맞춰 가려면 타고 가야 해서 입석이라도 끊었다. 사실 좌석 표를 사서 번호를 맞춰가며 찾아 편히 앉아 창가를 내다보며 가는 걸 즐기지만... 예전에 타고 다녔던 기차여행의 낭만에 잠깐이라도 잠겨 있을 수 있어서 즐기는 일중 하나다. 바빠서 허둥대며 타지만 좌석에 앉으면 평온해 지고 여행 떠나는 기분이 찾아오는 게 작은 여유로 나를 행복하게 해 주곤 한다.

입석을 사서 4호차에 타면 입석 자리가 있다. 예전에는 이 칸이 뭔가 간단하게 먹을 것들을 팔았던 곳이 아닐까 생각이 들지만 누구에게도 물어 본 적은 없다. 입석 칸이 된 것을 고마워하면서 40여분을 가기엔 별로 불편 하지도 않아 나는 좌석이 없다 해도 망설이지 않고 입석을 끊어서 다닌다. 어떤 날은 서서 가야 하기도 한다. 일단 출발을 하면 입석표를 확인한다. 젊은이들은 핸드폰을 보여주고 나는 입석표를 보여준다. 그런데 어떤 아주머니가 표를 안 끊고 탄 거 같았다. 도착지가 어디냐고 묻고 대답하는 거 같더니 갑자기 “아니 뭐라고요?” 하며 큰 소리가 났다. 원 요금에 40배의 요금을 내라고 하고 아주머니는 그게 무슨 소리냐며 싱갱이가 벌어졌다.

어쩌다 표 살 시간이 없어서 이렇게 탔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닌데 왜 당신은 요금을 40배를 내야 한다고 하냐며 아주머니는 큰 소리로 대들었다. 법이 그렇다며 아주머니가 위반했으면서 오히려 왜 다른 손님들 시끄럽게 언성을 높이냐며... 어느 누구도 그 시끄러움에 도와줄 기미는 없었다. 딱하긴 했지만 그런 법에 대해서 정확하게 아는 사람도 없으니 어느 누군들 그 다툼에 끼어들까 싶었다. 나도 가만히 들으면서 언젠가 나도 저런 일이 한 번 있었는데 난 역무원을 찾아가서 이러저러 해서 표를 못 끊고 탔다며 바로 돈을 지불했던 게 기억나며 잘못 걸리면 저렇게 몇 배의 요금을 내야 하는 거로구나 하며 잘 기억해둬야겠다고 다짐했다. 별꼴을 다 본다며 이것만 받으라며 얼마인지 모를 금액을 내미니 절대 안 된단다. 도착역에 내려서 사무실에 가서 정산을 하라며 가 버렸고 그 아주머니는 두리번거리면서 도움을 받고 싶은 눈치를 보였다.


해당 신분증 챙겨요~~                 촬영 육미승기자

용문에서 내릴 때 까지 공연스레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 원래 내 것도 잘 못 따지는 성격이니... 그러던 어느 날 개찰구 한 쪽, 아주 눈에 잘 띄는 곳에 새로 서 있는 간판에 눈이 갔다. 오오 저거로구나 저런 벌금 규정이 있긴 하구나 근데 그때는 분명 40배라고 했지? 그러자 원래는 60배인데 그래도 깎아주니까... 하면서 주는 돈도 안 받고 도착역에서 정산하라고 했지? 말만 들었지 정말 그렇게 당하는 건 처음 목격했던 일이다. 봉변당하지 않도록 주민등록증을 꼭 가지고 다녀야겠구나 하며 널리 알려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찰칵!

 

저작권자 © 시니어 타임스(Senior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