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 시니어의 멋

무심히 일본 방송을 보고 있다가 다모리 상이 화면에 서 있었다 처음 일본 갔을 때 말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 아이들 학교 보내고 대강 자질구레한 일들을 끝내면 바로 텔레비전 시청을 하기로 작정했던 일이 떠올랐다.

'이이 또 모~' (일본어의 묘한 구사로 딱 알맞은 표현이 구차스럽다. 좋지요 좋아 아니면 맞아 맞지~ 정도로...) 란 프로가 구미에 당겼다. 조금 묘한 한 남자를 중심으로 젊은이들이나 여러 배우들 또는 연예인 작가...등등이 함께 대화로 풀어가는 위트가 있는 즐거움과 웃음을 선사하는 짧은 프로였다. 매일 다른 사람들이 나오고 발음도 가지가지였고 언어 구사도 달라 외국인인 나에게는 한 가지 단어라도 여러 가지 표현 방식과 표정 그리고 목소리 톤이 있다는 것들을 배우게 해줬다. 또 쉽게 기억할 수 있었다. 문장 공부가 아닌 회화를 하는 첫 걸음으로는 안성맞춤인 프로였었다. 이제 보니 토크 쇼라는 거였고 아주 젊지 않은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진행자가 언제나 시커먼 선글라스를 쓰고 이름도 다모리상 이라고 기억하기 좋았다. 거기다가 다른 프로에 비해 아주 짧았다.

그런데 그 다모리 상이 화면에 나타난 것이다. 분명히 70은 훨씬 넘었을 시니어가 조금은 반가웠다. 매일 그렇게도 열심히 시청하면서 일어화화를 편하고 쉽게 공부시켜주던 프로를 진행하던 사람이 아니었던가? 역시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 조금은 능구렁이 스타일이던 그 모습은 아직도 그대로였다. 말솜씨도 여전했고 옛날에도 은근 놀라웠었지만 엄청 전문적인 분야에서도 해박하다는 느낌이 아직 풍겼고 모든 분야에 공부하는 자세가 배어 있다는 걸 느끼게 했다. 역시 멋진 시니어로 발돋움해 있구나! 란 생각이 흠씬 풍겼다. 방송가에서도 아주 색다르고 누구도 범할 수 없는 자기만의 색깔을 발휘하고 있는 성공한 시니어로 보였다. 또 아주 멋쟁이였다. 차림새 하나하나에도 세심한 신경을 섰고 액세서리의 선택도 본인만의 특별한 멋이 엿보였다.

  다모리 상의 멋내기 (방송캡쳐 육미승)

그 당시 들리는 말로는 조상이 한국인이라는 뒷말이 들렸었다. 약간의 말투에서 느껴지는 일본인 특유의 뭔가가 빠져 있기는 했다. 아무튼 그 발음이 내가 구사하기에는 쉽게 느껴졌고 느물거리기는 했지만 알아듣고 말하기에 편했다. 아주 오랜만에 멋진 시니어가 되어 있는 다모리 상을 화면으로나마 보니 반가웠다. 아무렇게나 서로 모두가 닮아 있는 등산 차림인 서울과 용문 간의 전철 안에서 만나는 우리 남녀 시니어들을 생각하니 마음에 뭔가 미진함이 가득 넘실거린다. 돈은 안 들여도 깔끔맞게 자기를 표현하는 멋을 가질 수는 없을까? 비 오는 날 우산을 들고 취재진들과 움직이고 있는 방송인 시니어의 모습을 하나하나 눈여겨보며 여자보다 더 세심한 멋을 부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지런해야겠구나! 란 생각도 함께 들었다.

 

멋진 시니어로 발돋움해야 하는데... 과제로 떠올랐다. 돈이 있으면 야 더 좋겠지만 있는 그대로라도 너무 천편일률적인 패션 보다는 나만의 특징을 지니고 멋 내는 시니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어디를 가나 울긋불긋한 등산복을 입고 활보하는 시니어들은 좀 덜 만나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바람으로 꽃핀다.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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