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돌보는 재미

6월에 전화가 온 후 며칠 뒤 방문을 받았다. 국민 건강 영양 안전검사를 하는 가족으로 선정되었단다. 7월에 하는 거라며 거주지 주소와는 상관없이 여기 사는 가족 모두 해야 한다고 했다. 검사를 할 때는 전 날 12시간 전까지 저녁 식사를 끝내야 하고 검사할 때까지 물은 마셔도 된다고 아주 자세하고 긴 설명을 여자 두 사람이 와서 했다. 알았다고 대답을 했었는데 7월 초에 전화를 해서 확인을 했고 검사일 일주일 전에 또 전화가 왔었다. 귀찮은 생각이 슬쩍 들기도 했지만, 아들이 적극성을 보여 의아한 생각이 들었으나 여러 해 건강 검진을 안 받고 살고 있었던 것이 꺼림칙해서 검사 받기로 맘 먹었다.

아들은 첫 날 오전 6시에 가서 거의 2시간을 받고 왔다. 나는 다음 날 천천히 꼬마 등교 후에 가서 받았다. 별별 것들을 전부 체크하고 검사를 했다.

첫 단계는 종이로 된 옷으로 갈아 입는 거였다. 아주 가볍고 부드러운 종이로 만든 옷이었다. 키, 몸무게로 시작해서 건강습관 같은 것들의 전반적인  내용의 수많은 항목 설문지 대답하기, 각종 눈 검사, 청력, 코, 귀, 근력, 폐활량, 입안과 잇몸 치아상태 등 정말 징그러울 정도로 세심하게 검사를 했다. 낮이라 2시간도 더 걸렸다. 그동안 안과를 다녔지만, 그 세배 이상의 갖가지 정밀 검사를 했다. 어금니를 닦을 때 입을 너무 벌리지 말고 칫솔이 어금니 끝까지 닿도록 약간 다물면서 닦아야 잘 닦인다는 생전 처음 듣는 ‘어금니 닦는 법’도 배웠다.

다음날 꼬마는 소변만 받아 오고 몇 가지 간단한 것만 한다며 내가 간 날 설문지는 먼저 내 대답으로 작성을 해 놓았다. 다 하고 난 뒤 고맙게 바쁜 시간을 내서 참여해 준 수고비로 5만 원 온 누리 상품권과 3만 원 문화 상품권을 챙겨주었다. 혈압 잴 때 걱정이 조금은 되었지만, 이상이 없다 했고 폐활량도 정상이라나? 그간 찜찜했던 건강 체크를 세밀하게 받은 기분이 들어 좋았다. 꼬마는 아주 미미한 충치가 한 개 있다고 빨리 치과에 가잔다. 셋이 다 별다른 증상 없이 건강하다는 결과에 만족이다. 이런 일들을 귀찮아하고 안 하려고 하며 살아왔던 일들에 약간 미안함이 들었고 오늘부터 또 건강하게 잘 지내면 된다는 결과에 감사하는 마음이 행복을 안겨줬다. 좋은 일이었다. ‘할머니! 건강하게~’ 꼬마의 외침이 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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