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비콤 이장댁 나들이

 

장마철로 접어든 7월의 첫째 월요일.
영등포 비콤의 모임이 있는 날이다.
평택으로 새로 집을 지어 이사 가 신 이장님의 집을 방문하기로 한 날이다.
평소보다 서둘러 택시를 타고 영등포역으로 갔다. 총무 오샘과 홍샘이 먼저 와있었다. 10시 33분에 떠나는 무궁화 열차에 우리 여섯 명이 가고 두 분 샘은 전철로 오기로 했다. 평택은 전철과 기차가 함께 서울과 연결되어 있었다. 무궁화 열차. 언제인가 아련한 기억의 저편에 있던 추억이 소환되고 있었다. 초등학교 때 언니들과 함께 탔던 완행열차. 
부산에서 울산 외갓집으로 갈 때의 그 설레던 기억과 왁자지껄 퀴퀴한 냄새도 났던, 그 기차 안, 연 초록색의 의자 커버의 촉감은 별로 앉고 싶지 않은 느낌으로 아직 남아있다. 지금의 이 무궁화 열차. 깨끗한 열차 공간에 넓고 나름 쾌적하기까지 하다. 어린 시절의 완행열차의 이미지가 장마의 장대비로 씻겨 저 멀리 사라져 감을 느꼈다. 40여 분의 시간이 기차를 타니 묘한 들뜸이 생겼다. 비 오는 차창을 보다 이장님의 카톡 중에 청포도가 익어가는 7월을 즐겨보라는 말에 힘입어 이육사의 청포도를  떠올리며
맑고 청아한 시를  필사하고 있는 지금 짧은 기차여행을 누리고 있었다,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생략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청포도 - 이육사

어느새 평택. 발달한 교통상황임을 새삼 느꼈다. 평택은 스쳐 지나가는 여행길의 역이름이었고 어느 누구의 고향으로만 듣다가 처음 방문한 도시였다. 이장님의 동네는 아파트 단지와는 또 다른 단독주택지로 구획정리된 터에 각자의 특색으로 3층 건물 높이로 줄지어 지어진 동네였다. 건물 중간으로는 분위기 있는 산책로로 꾸며진 개천이 흐르고 있었다.
깨끗한 이미지와 함께 건강한 자연이 함께 함이 좋아 보였다. 맛있는 맛 집에서 곤드레 나물밥을 먹고 잘 지어진  집안을 구경하고 우린 즐거이 담소하며 화기애애한 시간 속에 정을 또 쌓아갔다. 남의 집 구경과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이 또 사람 사는 맛이 아닐런가! 

아쉬움을 뒤로하고 평택에서 성장을 한 애란 샘은 약속을했기에 남겨두고 우린 또 바쁜 걸음을 재촉 서울로 향했다. 오락가락하던 장대비와 쨍한 햇볕도 방해가 아닌 축복으로 우릴 도왔고 박 이장님의 새 안식처에서의 행복을 기원하며 새로운 평택에서의  멋진 삶을 축하하고
우린 다시 기차로 ~. 돌아오는 내내 또 다른 여행의 꿈을, 오늘보다 내일의 삶을 행복하게 보내길 계획하며 오늘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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