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고전, 여자의 일생

영화의 한 장면
영화의 한 장면

토마스 하디의 두꺼운 소설 테스는 어렸을 때 얼핏 읽었으나 별 감동은 없었다. 청소년 금기 소재라서 잘 이해도 안 되었지만, 읽고 나서 궁금한 점이나 독후감을 얘기할 상대도 없었다. 그런데 이제 영화로 보니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명화다. 한 때 책받침에서 보던 그 여인이 청순하고 아름답다고만 생각하고 지나쳤는데 바로 테스 역의 나스타샤 킨스키였다.

이 영화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역작이다. 주연에 존 콜린, 토니 처치, 나스타샤 킨스키, 브리지드 에린 베이츠 등이 출연했다. 1981년 개봉했고 2017년에 재개봉되었다. 아카데미 3개 부문을 수상했고, 당시 18살의 나스타샤 킨스키는 '테스' 역으로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줄거리는 한 여자와 두 남자의 사랑 이야기인데 한가한 전원풍의 배경과 함께 느리게 진행되며 171분이나 되는 장편 영화다.

몰락한 귀족 더버빌 가의 후손인 아버지는 늙고 병들어 더 이상 가족을 먹여 살릴 방도가 없어진다. 그때 자신이 귀족 출신이라는 비밀을 알게 되었다면서 같은 귀족 문장을 쓰는 인근 부자와 친척일 것이라며 테스를 보내 도움을 청한다. 그곳에서 귀족아들인 알렉을 만나게 되고 그에 의해 그 집안에서 양계장 일을 하게 된다. 아름다운 테스에게 반한 알렉은 지속적으로 구애를 하다 어느 날 양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끼리 언쟁이 벌어졌을 때 테스가 궁지에 몰리자 말을 타고 테스를 데리고 으슥한 숲으로 들어간다. 말 위에서 알렉이 사랑을 고백하는 과정에 테스가 그를 밀쳐 땅에 떨어져 피를 흘리자 테스는 용서를 빈다. 결국 그 숲에서 알렉은 그녀를 겁탈하게 되고 그녀는 정부로 들어선다. 그러나 알렉을 사랑해서 동침하는 것이 아니므로 결국 그 집을 떠나게 된다.

그런데 임신이 된 것이다. 열 달을 보내고 딸을 낳게 된 테스는 마을에서 손가락질 받으며 지내다 그만 딸이 병으로 죽게 된다. 졸지에 나쁜 여자가 된 테스는 그 마을을 떠나 다른 마을에서 소젖과 농사일을 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그곳에서 목사의 아들인 엔젤이라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피리를 잘 부는 잘 생긴 청년, 같은 여자들끼리도 흠모하는 남자, 성실하게 농부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다른 사람들과는 말도 안 섞던 그가 어느 날 교회 가는 길에 길이 물에 잠기자 그 집 여자들을 한명 씩 들어 날라 준다. 테스가 혼자 건너가려 하자, 그제야 테스 때문에 다른 여자들 포함 이 고생을 한다며 사랑 고백을 한다.

알렉과의 사랑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남자 집 부모에게 테스를 소개시키고 곧바로 교회에 가서 결혼식을 한다. 테스는 결혼식 전에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려 하나 어머니의 만류도 있고해서 때를 놓친다. 첫날밤, 알렉은 연상 여인과의 불륜에 대해 자신의 과거를 고백한다. 테스도 자신의 과거를 고백했는데 알렉이 싸늘하게 돌아 선다. 그리고 혼자 브라질로 떠난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테스는 농사일을 하며 비참하게 살아간다. 알렉에게 편지를 여러 번 보냈으나 답장 한 장 못 받는다. 그리움은 원한으로 변한다. 그러는 사이 아버지가 죽고 집에서도 쫓겨나 교회 마당에 텐트를 치고 살아간다. 이 광경을 본 알렉이 테스를 회유한다. 결국 테스는 다시 알렉의 정부로 살아간다. 그 덕분에 좋은 집에서 갈며 어머니와 식구들도 새 집을 구해 살고 있다.

그런데 엔젤이 찾아온다, 물어물어 테스의 행방을 찾아 결국 만나게 되지만, 테스는 너무 늦었다며 돌아선다. 엔젤이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며 걸어가자, 테스는 알렉을 살해하고 엔젤에게 달려간다. 그 길로 도주해서 외국에 가서 사는 꿈을 꾸지만, 결국 경찰들에게 잡힌다. 그리고 교수형을 당해 이슬처럼 죽는다.

밤하늘의 별을 보고 있으면 영혼이 빠져 나가는 것 같아요라며 꽃보다 아름답고 별처럼 순수한 여인 테스는 그렇게 그녀의 일생을 마감한다. 사랑만이 운명이었던 여인 테스’, 그녀의 일생을 다시 읽으며 눈물이 주루룩 흐른다.

알렉은 원래 귀족의 가문을 돈으로 산 저급한 플레이보이지만, 테스를 사랑한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테스가 그의 사랑을 몸으로는 받아들였지만, 가슴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가 테스의 인생을 망쳐 놓았다. 엔젤은 좋은 사람이지만, 테스를 고통 속에 빠지게 한 죄가 크다. 테스는 무슨 죄가 있는가? 관습이란 그래서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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