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역사와 풍광을 보는 재미

영화의 한 장면
영화의 한 장면

국제결혼, 중국 대안으로 떠오른 해외생산기지, 박항서 감독 덕분에 부쩍 우리나라와 요즘 가까운 나라로 발전하고 있는 베트남 관련 영화이다. 프랑스 드라마/로맨스/멜로 영화로 러닝 타임 158분의 대작이다. 1992년 만든 작품으로 그 당시 프랑스에서도 인기였고 2017년에 재개봉되기도 했다. 레지스 바르니에 감독 작품으로 주연에 엘리안느 역으로 까뜨린느 드뇌브, 장 밥티스트역에 뱅상 뻬레, 까미유 역에 린 당 팜 등이 출연했다. 이 영화의 배경으로 나온 하롱베이가 그 후 세계적인 유명 관광지가 되었다고 한다.

배경은 1930년대 프랑스가 베트남을 지배하고 있던 시절이다. 프랑스의 인도차이나 지배, 베트남 공산당 창당, 베트남 분단, 공산주의 정부수립까지 등의 격동기가 배경이다. 가대한 굴곡의 역사 속에 휩쓸린 사람들의 운명이 전개되는 모습이 우리의 일제 강점기, 해방기와 이념 투쟁으로 점철되다가 동족상잔의 전쟁으로 비화된 우리 역사와 비슷하다.

엘리안느는 인도차이나에서 태어난 프랑스 여인이다. 전형적인 프랑스 귀부인을 떠올리게 하는 까뜨린느 드뇌브가 이 배역을 맡았다. 아버지 덕분에 넓은 고무나무 공장을 소유하며 부유하게 살고 있다. 안남의 황녀였으나 비행기사고로 부모를 잃은 까미유를 양녀로 키운다. 야무지게 생긴 전형적인 베트남 여자이다. 그녀를 프랑스 식 교육을 시키며 유산도 모두 물려주겠다는 애정을 베푼다. 그런데 잘 생긴 프랑스 해군 장교 장 밥티스트가 나타난다. 처음에는 엘리안느가 이 남자를 사랑했는데 까미유도 그를 사랑하게 된다. 장 밥티스트가 파티에서 사고를 친 후 벽촌인 하롱베이로 전출 간다. 엘리안느는 까미유를 인도차이나 남자와 결혼시키려 하지만, 까미유는 장 밥티스트가 있는 하롱베이로 떠난다. 그 여정에서 까미유는 지배계급과 노예계급의 비극을 본다. 후에 그녀가 베트남 전통의 복종을 거부한 이유도 복종이 노예로 만들었다며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고 토로한다.

까미유는 하롱베이에서 첫 눈에 장 밥티스트를 알아보고 둘은 뜨거운 상봉을 한다. 그 와중에 까미유가 프랑스 장교를 권총으로 살해하는 바람에 둘은 쫓기는 신세가 된다. 저주의 땅이라며 표류해 간 곳은 오지의 공산주의로 물든 유랑 극단이었다. 거기서 아들도 낳는다. 그러나 둘의 사랑은 전설이 되어 유랑극단의 소재가 되고 민중의 인기를 얻게 된다.

결국 장 밥티스트는 프랑스 군에 의해 체포되고 아들은 엘리안느에게 맡겨진다. 장 밥티스트는 프랑스 법정으로 가게 될 시점에서 아들을 남기고 살해당한다. 까미유도 체포되어 감옥에 가게 되지만, 그녀는 이미 공산당의 거물이 되어 있다. 1936년 인민전선이 집권하면서 사면으로 풀려나면서 영웅이 된다.

엘리안은 까미유를 데리러 가서 유산도 그대로 남겨주겠다고 하지만, 혁명의지로 가득한 까미유는 유산을 뿌리치며 엘리안을 따라가지 않는다. 프랑스는 결국 베트남에서 철수하게 되며 베트남 공산당의 요직에 오른 까미유는 베트남 분단 및 북베트남 공산주의 정권 수립을 결정한 1954년 제네바 협정에 대표단으로 참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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