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무상과 말로를 보는 재미

이란 출신의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 작품이다. 이란에서도 반 체재, 반독재 영화를 만들어 추방되었고 지금도 살해 위협을 받고 있는 감독이라고 한다. 주연에 독재자 대통령 역으로 미하일 고미아쉬빌리, 손자 역으로는 다치 오르벨라쉬빌리가 출연했다. 러닝 타임 120분 동안 계속 긴장이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든 수작이다. 네티즌 평점도 만점에 가깝다.

어느 나라인지는 상상에 맡기겠지만, 있을 법한 상상의 나라이다. 대통령 궁에서 군복 비슷한 정장을 입은 대통령은 역시 군복 차림의 손자를 안고 도시의 밤 풍경을 내려다본다. 손자에게 대통령의 자리가 얼마나 매력 있는 자리인지 보여준다며 전화 한 통으로 도시 전체를 정전시켰다가 다시 등화 시키기도 한다. 장차 대통령 자리를 이어 받게 할 손자에게도 한 번 해보라며 전화통을 넘겨준다. 로마시대의 네로 황제처럼 절대 권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형 집행 문서에 서명을 하면서 16살짜리 범법자에게도 예외가 없다. 나중에 혁명 지도자가 될지도 모른다며 가차 없이 사형 처분을 내린다.

그러나 갑자기 총소리가 나고 정전 명령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다른 가족은 해외로 도피시키고 대통령과 손자는 대통령 궁으로 돌아오려 하지만, 상황이 급변한다. 군중들은 혁명에 가담하여 독재자 대통령의 안전을 위협한다. 호위병들마저 등을 돌리거나 도망친다. 대통령은 거액의 현상금이 붙으며 도망자 신세로 전락한다. 옷부터 변장을 한다. 이발소에 들러 이발사의 허름한 옷으로 갈아입는가 하면, 거리의 악사 흉내도 내고 나중에는 벌판의 허수아비의 옷을 걸치고 허수아비 흉내도 낸다. 도망자의 여정은 괴롭다. 도주 과정에서 자신의 폭정에 희생된 민초들의 생을 보게 된다. 그 와중에 손자는 사태를 전혀 파악하지 못해 대통령은 연극을 하는 것으로 둘러 댄다. 천진난만한 손자의 연기가 볼만 하다.

절대 권력자였던 사람이 도망자 신세가 되어 변장하고 체포의 공포에 시달리는 모습이 어디선가 본 듯하다. 사람의 운명은 그토록 급락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일반 범법자들도 지명 수배가 되면 얼굴 사진이 게시된다. 독재자는 집집마다 거리마다 액자 속에 있던 인물이므로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발도 쓰고 옷도 허름하게 입고 악기도 연주하며 교묘하게 빠져 나간다. 천진난만한 손자 때문에 가슴 졸이는 일이 많았는데도 잘도 도망 다닌다.
 
결국 대통령과 손자는 성난 군중에 잡힌다. 군중들은 그동안 폭정을 해온 대통령을 처참하게 죽일 방법에 대해 서로 싸운다. 목을 매달자, 불에 태워 죽이자는 등 의견이 분분하다. 억울하게 사형당한 16살 아들의 부모도 나서서 복수에 나선다. 목에 걸린 거액의 현상금을 나누자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한명이 나서 독재자 한 명 죽이는 것이 문제가 아니고 남은 사람들끼리 또 죽고 죽이는 사태가 온다며 민주화를 위해 춤을 추게 하자는 결정이 내려진다. 마지막 장면에 독재자의 모습은 안 보이고 손자가 춤을 춘다. 독재자가 어떻게 처형되었는지는 상상에 맡긴다는 의미인 모양이다. 이것은 감독이 왜 아랍의 봄이후 독재 정권은 무너졌는데도 살육과 혼란만 계속되며 바라던 민주주의는 오지 않는 현실에 대한 고발이 담겨 있다고 한다. 죽어야 할 사람에게 춤을 추게 한다는 설정이 낯설긴 하다. 그리스인 고르바가 절망적인 상황에서 춤을 춘 것과 비슷한 상황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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