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상담 전문가 김병숙 박사에게 은퇴후 40년은 더 일해야하는 이유 묻자
지금 추세로는 은퇴후에도 40년은 더 일을 해야하는 고령화 시대 대비해야
"체면을 내려 놓으면 틈새 일자리는 얼마든지 있다"

김병숙 한국직업상담협회 이사장(사진 가운데)이 시니어타임스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9년간에 걸쳐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한국직업발달사'(2007년)를 집대성한 한국 직업학의 석학 김병숙 박사는 올해 70세지만 대학 정년퇴임후에도 은퇴이후 인생2막을 찾으려는 이들에게 직업상담사로 현업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직업학을 정규 일반 대학원에 석사와 박사 과정을 개설했고 이 과정을 이수한 연구자들만 수백명으로 이들이 현재 직업상담사로 전국에서 활약하고 있다. '직업 상담사'라는 직종도 김병숙 박사가 창안해 진로 상담, 직업 상담의 이론적·실무적 토대를 쌓았고 그 역시 현재 한국직업상담협회 이사장으로 활동하면서 직접 지도를 하고 있다.

'은퇴 후 8만 시간'의 저자이기도 한 김 박사는 "100세 시대에는 직업을 7~8번 바꿀 각오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그 또한 지금까지 7번 직업을 바꿨다. 대학 졸업 후 첫 직업은 디자이너로 출발했지만 6개월 만에 해고당한 후 이후 비서, 은행원, 노동부 공무원, 연구원을 거쳐 대학교수가 됐다. 노동부에서 산업체 학교 등 다양한 직업 현장을 다니며 보고 느낀 것이 직업 분야에 관심을 갖게 직업학이란 학문적 체계를 도입했고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연구에 나서 대학은퇴후에는 본격적인 직업상담사 로 현장에서 뛰고 있다.

김 박사는 "730만 베이비부머(baby boomer, 1955~1963년생)는 이전 시니어 세대와 확연히 구분될 정도로 학력 수준이 높고 오랜 기간 동안 경제성장의 주역으로 활동해왔지만 은퇴를 코앞에 두고 있는 이들 중 ‘노후 안전지대’에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진단하면서 "100세 시대, 앞으로 갈 길이 먼 이들은 과연 은퇴 후 삶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까? 를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앞으로 30년후인 오는 2050년이 되면 국내 인구의 41%가 시니어 노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현재 노동력의 고령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어 지난 2000년에 50세 이상 노동력의 비중이 약 25%미만이었던 반면 2050년에는 그 비율이 50%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현재 노동시장에서 퇴장하는 단계에 서 있는 베이비부머들이 사실은 ‘퇴장’이 아니라 ‘재진입’해야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병숙 한국직업상담협회 이사장이 대학교수 시절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온 직업발전 과정을 연구한 한국직업발달사

은퇴 후 40년을 결정하는 행복의 조건『은퇴 후 8만 시간』,  <한국직업발달사>, <40대 인생경영>, <서른아홉 그녀 이력서를 쓰다> 등 다수의 저작을 집필한 저자이자 30년 넘게 직업상담과 직업연구를 병행해오면서 다양한 계층의 상담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온 김병숙 박사를 사무실에서 만나 은퇴이후 시니어들은 어떤 진로를 택해야 하는지 인터뷰를 갖었다.

김병숙 한국직업상담협회 이사장(사진 가운데)이 시니어타임스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대학때 전공을 심리학을 하셨는데 직업학과를 개설해서 직업상담사의 길을 개척한 이유가 있습니까?

직업학이 심리학의 60%정도 차지 합니다. 이 사람이 어떤 직업에 맞는가, 노동생산성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그리고 개개인들에게 알맞은 직종은 있는지 등등 이죠. 아마도 직업학을 학문적 체계로 구축한 건 세계에서 유일할 겁니다. 제가 대학교수때 9년간에 조사 연구를 걸쳐 '한국직업발달사' 펴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은퇴이후의 우리사회는 재취업 절벽에 만나게 되는데요?

지금 추세로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150세까지 산다고 볼때 100세까지는 일해야 합니다. 그러나 노동시장에 나오는 나이가 47세고 연금을 받는 시기가 65세인데 무려 18년동안은 아무런 경제적 수익이 없는 공백기가 발생하는 취업절벽에 부딪히게 되죠. 이 공백기를 간과하고 있는 점이 문젭니다. 공백기를 채우려고 산으로 산으로 가서 애꿎게 산만 괴롭히고 있는 독특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죠.

직업 상담을 통해 이들이 산을 찾는 이유가 있던 가요?

40대 후반부 사람들을 많이 만나본 결과 일은 하고 싶지만 일자리가 없는 상황에서 속으로는 일하고 싶지만 겉으로는 그렇지 않는 것처럼 산을 타나봅니다. 그렇지만 일자리가 없어서 산만 오르고 있는 셈이죠. 산업혁명 시스템이 최근까지 이어오다 이제는 4차산업혁명이라는 전혀 다른시스템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1만2000여개의 일자리 종류중 기술자 기능공 직종 70%가 구조조정을 겪고 있고 예술분야는 특히 더 심합니다. 어릴때부터 힘들게 가꿔온 발레리나들도 30대에 현업에서 나오면 갈데가 없는 직종이죠.

대안을 찾아봐야 할텐데요?

베이비부머들이 새로운 변화에 적응을 해야는데 못따라 가니 더 힘든 시대를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자리는 자기가 만들면 됩니다. 직업의 틈새시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50대이후 머리가 굳어져 이를 찾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시골지역의 공동화로 시골에서 택시업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틀린 것 처럼 말입니다. 창의적인 발상으로 어느 시골의 택시업을 하는 분은 일년 내내 예약이 밀렸다고 합니다. 이유는 서울 등 객지에 있는 자녀들이 시골집 고령의 부모들의 병원, 시장 등의 심부센터 역할을 의뢰하기 때문이랍니다. 솜씨좋은 여성들의 경우 막벌이 등 지인들의 음식대행 서비스를 통해 직업을 스스로 개척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부는 근로장려금 등 노인과 일자리 지원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돈만 퍼주면 무기력한 국민들을 만들 수 있습니다. 국가가 어떻게 감당할 건지 답답한 면이 있습니다. 휴대폰이 나오면서 전화번호를 잊어버린 것 처럼 지원만 하면 직업의 절박함이 없을 수 있죠. 우리나라 자본은 사람 뿐입니다. 우수하고 능력이 뛰어나서 경제발전의 원동력이었죠. 때문에 스스로 살도록 해야 합니다.

조금전 말했듯이 서비스와 운전이 결함된 형태라든가, 아이와 엄마가 직장에서 돌아올때가지 아이돌봄이라든가, 음식을 잘 만드는 사람인 경우 회원제로 보자기 그릇을 예쁘게 해서 맛나고 정갈한 음식을 공유하는 방식 등을 창안하게 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관악산, 도봉산, 북한산, 청계산 등 등산로 입구에 "은퇴자여 이젠 산에서 일터로 가자"라는 플랭카드를 걸고 입구에 직업상담사를 둘 생각도 하시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체면을 갖고 있어서 체면을 내려놓는 사람은 취업하지만 안 내려놓은 사람은 취업못하는 상황입니다. 체면만 내려놓으며 틈새 일자리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실제로 50대가 취업이 활발한 편입니다. 정부가 각종 지원금을 남발할게 아니라 은퇴전후 이들의 체면 바꾸기 교육비로 활용한다면 은퇴이후 재취업이 가능하리라고 봅니다.

세계적인 비정부기구(NGO)중 하나인 한국 해비타트 이창식 회장이 그런 말을 합니다. 세계 NGO에 참여하는 노련하고 진취적인 우리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취업한지 1개월이후에는 그만둡니다. 은퇴시점 전후 그분들은 이미 관리자라 팩스 보내기나 기타 실무에서 해야는 일에 익숙하지 못해 나오는 경우죠. 바로 이 체면 내려놓기 교육은 관리모드에서 실무모드로 전환하는 것인데 이를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고 봅니다.

은퇴했으니 무작정 봉사만을 강요할 수 없지요. 100세시대 은퇴후 40년을 더 일해야하는데 돈도 벌면서 사회봉사할 수 있는 앙코르커리어 구조를 만들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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